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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리의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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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0-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詩방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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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신달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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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0-12 11:02 조회 2,0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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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리의 암자
2020년 만해문학상 수상작

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 대 분의 하루 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출렁출렁 야간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 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빗된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속풀이 국물이 짜글짜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낙지가 꿈틀 상 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낙지 뿐입니까?

어쩌다 생의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냅니다.

비워진 소주병이 놓인 플라스틱 작은 상이 휘청거립니다.

마음도 다리도 휘청거리는 밤거리에서 조금씩 비워지는

잘 익은 감빛 포장마차는 한 채의 묵묵한 암자입니다.

새벽이 오면 포장마차 주인은 밤새 지은 암자를 걷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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