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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 동행동수의 일불제자로 … 오늘이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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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3-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기로원에 진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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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안성 정사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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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3-05 14:11 조회 1,9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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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 동행동수의 일불제자로 … 오늘이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기로스승 안성 정사 퇴임사

긴 세월 동안 승직 생활을 하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남긴 것도 없고, 부지런하게 살아왔지만 딱히 해놓은 것도 없이 퇴직을 하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무겁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온 수많은 날들의 하루하루가 나빴거나 우울하거나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불공하고 교화하느라 그럴 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회한이 남기는 합니다. 좀 더 잘할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 

퇴직을 했다고 해서 종단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에는 퇴직이 마치 퇴물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후배 스승님들께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지면 생각마저 퇴보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사원에서 아직 교화를 하고 있는 몸이기에, 퇴직이라 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등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퇴직은 어찌 보면 또 다른 시작이오,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이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자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을 갖고자 합니다. 기로스승이 되었지만, 사원을 떠나지 않은 이상 기로가 아니며, 현직 교화승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사원을 완전히 떠났을 때가 진정한 기로스승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교화에 임하고자 합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의 교화 생활은 기쁘고 좋은 날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원 교화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움직이고, 보살님들 보살피고 돌보는 가운데 힘이 생기고, 바쁜 가운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종단생활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임하여 나갈 때 빛을 더욱 발할 수 있습니다. 사원은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종단은 모두가 관심과 성원으로 헤쳐나간다면, 어떠한 시련과 고난도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선 선대스승님들과 동료, 후배 스승님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불제자이자 종조님의 밀법 속에서 함께 동고동락과 동행동수하여 왔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중중제망의 인연 속에 함께 지내온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중한 경험이었고 값진 보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못다 한 일은 사원으로 돌아가서 계속 이어나갈 생각을 합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은 열두 척의 배가 아직 남아있다며, 승전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저는 몇 푼어치 안 되는 열정일지언정, 그래도 힘은 남아있다고 믿습니다. 힘이 다할 때까지, 사원을 떠나는 그 날까지 힘을 쏟겠습니다. 

성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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