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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십대제자 | 부처님의 십대제자--밀행제일 라훌라 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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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08-01 14:19 조회1,7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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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십대제자

부처님의 자식 교육2

 

부처님의 십대제자--밀행제일 라훌라 존자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가 구족계를 받기 전, 그러니까 사미로 있을 때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라훌라를 직접 가르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리푸트라(사리불)를 스승으로 삼아 가르치게 했습니다. 자유분방하던 어린 라훌라가 부친인 석가모니 부처님께 단단히 훈계를 받고부터는 훨씬 철이 들고 의젓해졌습니다. 거기에다가 지혜제일로 일컬어지던 사리푸트라에게 지도를 받으니 일취월장 수행의 정도가 높아갔습니다. 사리푸트라가 고요히 앉아 선정에 들면 라훌라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같이 앉아서 정진했으며 사리푸트라가 설법을 하러 갈 때도 라훌라는 꼭 따라가서 들었습니다. 걸식을 할 때도 늘 같이 다녔기 때문에 승단에서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늘 칭찬했으며 사리푸트라를 훌륭한 스승으로 더욱 존경하고 부러워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자식교육은 몸소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무리 출가승단이라지만 자식을 늘 옆에 두고 있는 것도 남들에게는 보기가 안 좋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야 아들이라고 더 귀여워하거나 더 감싸고 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으셨겠지만 어쨌든 부자(父子)가 같이 있으면 여러 가지 불편한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특히 말 많은 사람들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흠집거리를 찾으려 했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부처님께서는 이런 저런 것을 감안하시어 사리푸트라를 스승으로 삼아 그 밑에서 배우게 하셨던 것입니다. 지혜제일인 사리푸트라가 몸소 가르치니 철없던 어린 라훌라도 많은 깨우침이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재벌가에서는 자식 교육을 한답시고 자기 회사의 현장에 투입하여 고속승진을 시키면서 갑질만 배우게 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장면입니다. 자기 자식을 잘 키우려면 정말 소리 소문 없이 다른 회사에 취직시켜 밑바닥부터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릇이 되었다 싶을 때 회사를 물려주던지 해야 하는데 그저 자정(慈情)에 눈이 멀어 과잉보호를 하다 보니 재벌 자식들이 못된 버릇만 배워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자식교육을 사리푸트라에게 맡긴 것은 참 잘하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부처님도 어린 라훌라를 떨어져서 지켜보며 염려를 하지 않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심이 자식이라고 덜하지는 않으셨던 것이지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라훌라는 사미로서 승원의 여러 가지 잡일, 예를 들면 마당을 쓸고 청소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일을 하다 보니 날이 저물었나 봅니다. 그래서 숙소에 늦게 갔더니 어떤 비구가 라훌라의 옷과 발우를 밖에 내어 놓고 라훌라의 방을 차지하고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승단에는 각자의 처소가 정해져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남의 방을 차지하고 잔다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아마 그 비구도 먼 곳에서 와서 방사가 비어 있으니 하룻밤 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사미가 비구와 함께 잘 수는 없는 것이 그 때의 법도였기 때문에 라훌라는 할 수 없이 밖에서 자야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비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비를 피하여 옆에 있는 변소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 우선 비는 피하였지만 냄새도 나고 더러워서 눕지도 못하는 형편이라서 초조하게 비만 그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어떤 곳에 처하든 장소에 구애되지 말고 늘 정진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라훌라는 거기에 앉아서 선정에 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욕이고 수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선정에 들었는데 비는 점점 거세어져서 흙탕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물에 떠내려가던 독사 한 마리가 변소로 기어들어왔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라훌라는 선정에 들어 있었는데 잘못하여 독사에게 물리면 생명을 잃게 되는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선정삼매에 들어 라훌라의 동정을 살펴보시던 부처님께서 이 위험한 장면을 보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급히 변소로 달려가셨습니다. 기침소리를 내었더니 안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라훌라의 이름을 불렀더니 안에서 라훌라가 대답을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라훌라에게 급히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라훌라가 급히 나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부처님께서 비가 오는 중에도 변소에까지 와서 자기를 찾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라훌라의 손을 잡고 나오시면서 라훌라가 변소에서 참선을 하고 있었던 연유를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유를 다 듣고 나시더니 라훌라의 손을 잡고 라훌라의 방으로 향하셨습니다. 라훌라는 독사에 대한 것은 알지도 못했지만 비가 오는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방으로 가게 된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기뻤습니다. 부처님은 라훌라의 방 앞에 까지 데리고 가서 그 비구와 함께 지내도 좋다고 허락 하셨습니다. 라훌라가 아직 구족계는 받지 않았지만 출가한지도 오래되었고 곧 구족계를 받을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라훌라의 방을 차지하고 있던 비구로 하여금 라훌라를 잘 지도하고 돌보아 주라고 하셨습니다. 사리푸트라가 설법을 하기 위해 먼 곳을 다니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라훌라가 항상 따라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장면이 세속 사람들에게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선 자기 아들을 그런 곳에 내몬 사람에게 엄청난 욕을 퍼부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기 아들을 끌어안고 길길이 날뛰면서 자기 방으로 데려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는 방을 차지했던 사람에게 욕을 퍼붓지도 않으셨고 도리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라훌라를 가르치고 돌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방으로 데려가지 않고 라훌라를 원래의 숙소에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당신의 자식이라고 남들보다 더 특혜를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아무 관계가 없는 다른 사미라도 이런 경우에 처하고 있었으면 부처님께서는 똑 같은 자비를 베풀어 돌보셨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계셨던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자식을 과잉보호하여 도리어 망치고 있습니다. 학교가 파할 때쯤 학교 근처에 가보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픽업해 가려고 어머니들이 골목에 줄줄이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의 스쿨버스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러 바보짓을 하여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와 같이 같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같이 어울리며 대화를 나누고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데도 무슨 특권층이라도 되는 듯이 자가용 픽업을 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잘못된 관념을 길러 줄 뿐 만 아니라 본인의 시간 낭비에다가 학교 앞의 주차난 유발은 물론이고 연료 낭비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남편에게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자기가 애 때문에 얼마나 바쁜지 아느냐고 큰 소리를 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부처님의 경우를 보십시오.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앞의 경우에서도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라훌라 존자는 이런 훌륭한 훈육 덕분으로 부처님의 십대 제자로서 당당하게 그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