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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준교수의 후기밀교 | 샴발라왕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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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1-03 11:12 조회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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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발라왕국의 꿈

 

인도후기밀교 경전을 들여다보면 모든 경전들이 인간의 정신을 흡수하는 블랙홀처럼 보일 때가 있다. 모든 밀교경전들은 고유의 절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독자적 영역이 있어서 어느 하나라도 지우거나 외면할 수 없는 가치를 담고 있다. 하나의 밀교경전을 들더라도 역사, 문헌, 교리, 수행, 만다라, 의례, 논서, 전승이나 비평, 평가 등 주요한 화제들이 담겨있다. 어쩔 수 없이 경전을 선택해 기고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현교와 밀교를 가리지 않고 서구에서 가장 관심 깊은 불교경전을 들라치면 <깔라챠끄라딴뜨라>를 들 수 있다.

 

깔라(kala)’시간’, ‘챠끄라(cakra)’바퀴라는 뜻이다. 종교적 전승에 의하면 <깔라챠끄라딴뜨라>2,800여년전 3월 보름 석가모니붓다께서 샴발라왕국의 통치자인 수찬드라왕에게 설법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는 12,000게송의 근본딴뜨라와 60,000송의 석딴뜨라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하지 않고, 훗날 근본딴뜨라의 요약본에 대해 만주슈리야샤의 아들인 뿐다리까의 주석인 <무구광석>이 오늘날 전해진다.

 

경전은 샴발라국에서만 1,500여년간 보존되다가 다시 인도로 들어와 전승되었다. 10세기 전후 인도의 깔라챠끄라빠다와 찌루빠는 히말라야북쪽 샴발라국을 찾아가던 중 각기 샴발라국의 환영을 보고 샴발라왕으로부터 관정을 받고 경전을 전해 받았다. 샴발라국은 96개의 소지방으로 분할되어 다민족과 다층의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고 한다.

 

통치자인 만주슈리야샤는 이들 모두에게 관정을 내리고 백성들을 금강의 형제자매로 묶어 통합하려 하였다. 10세기 인도는 무슬림의 침공으로 불교와 인도종교 대부분이 핍박받고 소멸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지만 <깔라챠끄라딴뜨라>의 성립은 확실히 인도불교의 비운과 맞물려 있다.

 

경전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이 천체를 다른 외()시륜, 2장은 인체 생리학을 다룬 내()시륜, 나머지는 별()시륜으로서, 3장은 관정, 4장은 생기차제, 5장은 구경차제로 이루어져 있다. 외시륜과 내시륜은 현교에 입각하면 아함이나 <구사론>에 보이는 세간과 인체의 지식이다. 반면 별시륜은 해탈을 위한 관정의궤와 양차제의 수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딴뜨라와 마찬가지로 <깔라챠끄라딴뜨라>도 수많은 의례와 상징체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도불교 최후에 출현한 경전으로서 비교할 수 없이 정교하고 다양한 이념들을 적용시켰다.

또한 가장 복잡한 관정과 계율의 체계를 갖추었다. 10개의 난찰체의 종자가 결합된 본존의 종자는 무사한 이념의 집합체로 관상과 요가의 집합체이다.

 

깔라챠끄라의 본존은 본초불(本初佛)로서 불생불멸(不生不滅)이자 승의제로서 공성(空性)이다. 깔라챠끄라는 시륜(時輪)이라 의역한다. <무구광석>에는, “최승으로서 불변한 대락(大樂)의 상()이 곧 시()이다. 불변의 대락인 무애의 륜() 가운데 육신이 탄생한다라고 하였다. 공성으로서 허상의 번뇌가 부수어진 자리에는 붓다도 중생도 없고, 소멸도 생명도 아닌 본초불의 영원만이 시간을 잊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세속제로서 삼계의 정복자이며 금강살타이다.

 

양 스승은 인도 나란다사 승원대학의 아사리들을 논쟁으로 설득해 <깔라챠끄라딴뜨라>는 크게 환영받게 되었다. <깔라챠끄라딴뜨라>는 양 스승의 전승으로 갈라져 티벳불교의 조낭빠와 사꺄빠에 각기 전해졌다. 오늘날 <깔라챠끄라딴뜨라>는 티벳불교에서 달라이라마 14세 텐진갸초의 주도로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96부족으로 분열된 인종과 종교를 통합하던 인도밀교의 지혜는 인류와 생명, 진리탐구와 깨달음의 대전제로 인류정신의 통합이라는 화이트홀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서 그 관정식이 수해마다 열리고 있다.

 

세상이 어려운 시절이라 인도 밀교의 조사들이 남긴 별 같은 논서와 주석들이 좌도밀교라는 언어적 폭력에 상처받고 어두운 뒷골목에 버려져 있는 현실은 두고 볼 수만은 없다. 필자는 <비밀집회딴뜨라>를 연구하여 학위를 받았지만 경전 하나에 매달려 핵심적인 주석서들을 다 섭렵하지 못했고 여전히 잘 알지도 못한다. 전공이 아닌 다른 딴뜨라에 대해 아는 체를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천한 글들을 늘 참고 읽어주신 수행 높은 스승과 선지식들의 자비가 고맙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