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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 |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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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8-11-02 17:10 조회2,10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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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나뭇잎들은 붉게 단장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아무도 모르게 풀잎들에도 단풍이 물들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머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입동은 한발 앞서가 겨울을 알리고 있다.

입동은 24절기의 열아홉번째 절기로 한자로는 설 '()', 겨울 '()'으로 절기상 겨울의 시작점이 되는 날을 의미한다. 태양의 황경이 225도일 때이며, 양력으로는 117일 또는 8일 무렵, 음력으로는 10월에 든다.

입동은 겨울의 처음이라는 뜻에서 맹동(孟冬)이라고도 하는데, ()자는 수확물을 매달아 놓은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이고 또한 지붕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상형(象形)한 글자이기도 하고, 계절의 초입을 나타내는 절기인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 등에서 ()’ 자는 세운다는 뜻이 아니라 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므로 입동은 지금 당장이 겨울이 아니라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될 터이니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실제로 입동 무렵의 날씨는 아직 가을 기온에 머물러 있고 물과 땅 역시 입동 후 약 보름이 지난 소설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얼기 시작한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요즈음은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농가에서는 냉해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무를 땅에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기도 한다. 추수하면서 들판에 놓아두었던 볏짚을 모아 겨우내 소의 먹이로 쓸 준비도 한다. 예전에는 겨울철에 풀이 말라 다른 먹이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 소에게 먹였다.

지금은 김치냉장고에 기후까지 옛날과 많이 다르니 그저 참고할 일이다. 옛날에는 수확한 작물의 냉해를 줄이기 위해 무나 고구마 등을 땅 속에 묻어 저장하기도 하였는데 저장고가 발달한 지금은 농촌에서도 땅속에 작물을 보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이 또한 시대에 따른 풍습의 변화라고 봐야 한다.

입동을 즈음하여 예전에는 농가에서 고사를 많이 지냈다. 대개 음력으로 10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제물을 약간 장만하여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루 그리고 소를 기르는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내고 나면 농사철에 애를 쓴 소에게 고사 음식을 가져다주며 이웃들 간에 나누어 먹었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입동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하였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풍속인 듯하다. 마을에서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년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출연을 했다고 한다.동국세시기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내의원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겨울철 궁중의 양로 풍속이 민간에서도 행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