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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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5-13 17:26 조회7,2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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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을 관찰해 보면 일분일초도 제 자리에 머물러 있기가 힘듭니다. 이것도 생각했다가 저것도 생각했다가 이리저리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경전에서는 까불면서 마구 날뛰는 원숭이에 비유했습니다. 원숭이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폴짝거리고 뛰어다니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런 것이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여러 가지 수행방법을 통해서 그러한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붙들어 매는 훈련을 합니다.


  산란한 마음을 조용하게 거두어들이는 것을 섭수라고 합니다. 이것은 외부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외부에 반응합니다. 어떤 물건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좋다거나 싫다는 생각을 냅니다. 그래서 좋은 것은 가지고 싶어 탐심을 내고 싫은 것은 보기 싫다고 진심을 냅니다. 언젠가 사람들과 대나무 밭에 구경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대나무 밭만 구경하고 대밭에 이는 바람소리만 들어도 좋은데 사람들은 꼭 이렇게 말합니다. 이거 다 팔면 얼마나 될까? 혹은 여기다 집하나 지었으면 좋겠다 등등 꼭 자기 욕심을 결부시켜 말합니다. 우리 중생들은 대상에 대해 늘 이렇게 욕심을 내기 때문에 산을 보아도 산으로 보이지 않고 물을 보아도 물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깨달은 사람만이 산이 제대로 산으로 보이고 물이 제대로 물로 보이는 것입니다. 어린왕자라는 유명한 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만 그 사람은 참 아름다운 집에 산다고 하는 식이 아니라 얼마짜리 집에 산다고 해야 실감을 하듯이 우리 중생들의 마음은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꼭 자기의 욕심을 바탕에 두고서 바라봅니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대하든 마음이 어지럽게 거기에 따라 요동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마음으로 섭수한다는 것입니다. 사물을 대하되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우리의 마음이 움직일 일이 없습니다. 좋고 싫어할 게 없다는 말입니다. 사물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는 온갖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면 그것에 대해 좋다거나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칭찬해 주면 우쭐해지고 비난을 받으면 화가 치밉니다. 칭찬을 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비난을 하는 사람은 미운 사람이 됩니다.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사람은 칭찬이든 비난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외부의 사물이나 현상에 반응하면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우리의 마음을 거두어 조용히 바라보면서 지혜를 밝히는 것이 바로 불교의 선정이라는 것입니다.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