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부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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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7-21 09:51 조회8,2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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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교든지 그 종교를 창시한 사람이 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불교도들이 부처님으로부터 불교가 시작되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를 이해하고 불교를 실천하려면 부처님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불교도들은 부처님, 부처님 하면서도 정작 자기가 믿고 경배하는 부처님이 어떤 부처님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부처’라는 말을 살펴보면 이것은 ‘깨달은 분’을 의미하는 인도의 옛말 ‘붓다(Buddha)’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불교를 우리보다 먼저 받아들였던 중국에서 ‘붓다’라는 이 인도말을 한자로 비슷하게 적다보니 ‘불타(佛陀)’가 되었던 것입니다. 중국 발음으로는 ‘풔퉈’가 되는 것이지요. 이 말이 먼 옛날에 우리나라로 전해졌는데 발음하기가 어렵다 보니 ‘부텨’라고 하다가 점차로 ‘부처’라는 말로 굳어진 것입니다. 거기에 높이 받든다는 의미로 ‘님’자를 붙여 ‘부처님’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일반적인 호칭으로는 대다수가 ‘부처님’이라고 하지만 서적이나 글에서는 ‘불타’ 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요즘은 원어를 그대로 발음하여 ‘붓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처’라고 하든 ‘불타’라고 하든 지칭하는 것은 석가모니부처님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처’, 혹은 ‘불타’ 나 ‘붓다’라는 이 말은 보통명사로서 반드시 석가모니부처님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깨달은 자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부처님 이외에도 수많은 부처님이 등장합니다. 인도의 신들은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종교의 신들은 유일의 창조주이고 절대자로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부처님은 무수합니다. 불교 경전에 의하면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과 같은 법신불(法身佛),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기 이전의 과거칠불과 같은 과거불, 56억7천만년 후에 이 세상에 오신다는 미륵불(彌勒佛)과 같은 미래불, 서방정토의 아미타불(阿彌陀佛)과 같은 타방불 등 무수한 부처님이 등장합니다.


물론 부처님은 다른 종교의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육도 윤회의 세계를 벗어난 분이므로 인간이되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분입니다. 한자의 부처 ‘佛’자가 가리키는 것처럼 부처님은 사람이면서도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유일의 절대자도 아니고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는 창조주도 아닙니다. 이것이 다른 종교의 신과 부처님이 다른 점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자신이 그저 진리를 발견하고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일러주는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든가 신의 대리자 혹은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갖춘 자라는 등의 근거없는 주장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면 불교에서 무수한 부처님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부처님이 깨치신 진리 때문에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밖에 계시지 않았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타당성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곳에서나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불교도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설하는 부처님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든지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부처님은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며 저 우주의 구석구석에도 이러한 진리를 설하는 부처님이 계실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시방삼세의 제불’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의미가 있습니다. 또 그뿐만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몸을 진리 그 자체로 보고 법신불이라는 개념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화엄경》의 비로자나부처님이나 밀교의 대일여래(大日如來)가 바로 이러한 법신불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오랜 세월을 수행하여 부처의 몸을 이룬 아미타불과 같은 보신불이나 중생의 근기에 응하여 나타나는 응신불, 법신불의 여러 가지 변화된 모습인 화신불 등의 개념도 생겨났습니다. 이런 불타관(佛陀觀)이나 불신관(佛身觀)에 대한 이론은 너무 복잡하고 길어서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다른 기회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어쨌든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 이외에도 무수한 부처님이 계신다는 것만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불교에 입문하려면 우선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 되는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불교의 본질에 접근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특히 ‘석존(釋尊)’이라는 명칭을 자주 씁니다. 석존은 ‘석가모니세존(釋迦牟尼世尊)’을 줄인 말로서, 이 말은 ‘석가족 출신의 성자(聖者)로서 세상의 존경을 받을 만한 분’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부처님을 ‘여래(如來)’라고도 하는데 여래란 부처님의 별칭으로서 진리에 도달한 분, 혹은 진리의 세계에서 오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을 여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밀교의 대일여래나 정토교의 아미타여래, 약사여래(藥師如來) 등과 같이 대승불교의 여러 부처님도 여래라는 말을 붙여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님의 별칭으로서는 이 밖에도 예로부터 불의 십호(十號)라고 하여 아래와 같이 열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①여래(如來;Tath?gata):진리에 도달한 분, 또는 진리에 수순하여 이 세상에 와서 진리를 보여 주는 분이라는 뜻.
②응공(應供):마땅히 모든 중생으로부터 공양을 받을 만한 분이라는 뜻
③정변지(正?知):일체의 지혜를 갖추고 있어 우주간의 모든 일에 대해 바르게 두루 알고 계신 분이라는 뜻.
④명행족(明行足):지혜와 체험을 구족하신 분. 불교에서는 관념적인 지혜뿐만 아니라 여기에 따른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처님은 이 모든 것을 원만하게 갖추었다는 뜻.
⑤선서(善逝):윤회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잘 가신 분.
⑥세간해(世間解);이 세상의 모든 일을 잘 아시는 분),
⑦무상사(無上士):온 우주에서 가장 높아서 더 이상 위가 없는 스승이라는 뜻.
⑧조어장부(調御丈夫):크나큰 자비와 지혜로써 모든 중생을 잘 이끌어 주는 분이라는 뜻.
⑨천인사(天人師):하늘과 인간 세상의 스승이라는 뜻.
⑩불세존(佛世尊):불과 세존이 복합된 말로서, 깨달은 분으로 세상의 으뜸이 되는 분이라는 뜻.


부처님을 지칭하는 이름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명칭은 주로 석가모니부처님에 한해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가모니부처님의 이런 열 가지 칭호가 지니는 의미를 통하여 우리는 그 분이 어떤 분인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좁은 의미에서의 불타 혹은 부처님은 석가모니세존, 즉 석존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고, 넓은 의미에서는 불교교리의 발달과 함께 등장하는 모든 부처님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승불교의 교리가 다양하게 전개되면서 거기에 따라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 등의 수많은 부처님들이 가르침을 펼치고 있지만 그 본질은 항상 ‘지혜와 자비’에 있습니다.


그리고, 불교의 교리에 등장하는 모든 부처님의 근원은 석가모니 부처님에 있기 때문에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불교공부의 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다른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을 예배하고 공양하더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얼렁뚱땅 믿기만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진리에 의거하여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제대로 구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를 여신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불교 공부의 선결과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