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두 가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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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2-27 14:02 조회5,6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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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께서 왕사성 교외에 있는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이때에는 많은 비구들이 이미 출가해 있었고 마가다국에는 부처님의 명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부처님을 찾아와 법문을 듣고 출가했습니다.



  어느 날 바라문 한 사람이 죽림정사에 와서 마구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동족 중에 한 사람이 부처님께 와서 출가한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바라문은 인도의 최고 계급으로서 인도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그 바라문 종족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니까 상당히 분했던 모양입니다. 이 바라문이 부처님을 향해서 한참 욕을 하다가 제풀에 잠잠해 졌을 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집에도 가끔 손님이 방문할 것이다.”
  “물론이다. 고타마여.”
  “그러면 그대는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할 것이다.”
  “물론이다. 고타마여.”
  “바라문이여, 그때 그 손님이 음식을 들지 않으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그야 나의 것이 되겠지.”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 욕설은 그대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바라문이여, 주인이 대접했는데도 손님이 식사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이 그대의 욕설을 나는 받지 않고 그대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리고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화내는 사람에게 화로 되갚음은 어리석은 일이다.
화내는 자에게 화내지 않는 자는 두 가지 승리를 얻게 된다.
타인의 성냄을 알아 자신을 정념(靜念)으로 가라앉히는 자는
자신에게도 승리하고 남에게도 승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이르시자 그 바라문은 부처님께 감복하고 출가해서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화를 낼 때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누가 화를 낸다고 해서 같이 화를 내면 일을 더 그르치게 됩니다. 상대방이 화를 낼 때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해 때문에 화를 낼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가 화를 낼 때는 덩달아서 화를 내기보다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왜 화를 내는 것일까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정념으로 자신을 가라앉히라고 하신 것이 이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사람이 화를 내는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고 오해가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법구경》에서도 ‘미움은 미움으로써 풀어지지 않고 미움을 버릴 때에만 풀어진다.’고 했습니다. 남이 화를 낼 때 화를 내지 않으면 상대에게도 이기는 것이 되고 자신에게 승리하는 것이 됩니다. 요즘 미국과 이라크가 싸우는 것을 보십시오. 원인이야 누구한테 있든 저런 식의 싸움으로는 절대로 관계가 개선될 수 없습니다. 결국에야 힘 센 쪽이 이기겠지만 둘 다 상처만 안게 됩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은 그러한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움을 버리고 내가 화를 내지 않으면 두 가지 승리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어려운 교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늘 쉬운 말로 일러주고 계십니다. 불교의 수행이 꼭 좌선하고 앉았거나 염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마음을 잘 살펴서 화가 날 때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몇 십 년을 수행했다고 해도 자존심 좀 상한다고 길길이 날뛰면 그게 수행입니까? 그것보다는 남이 화낼 때에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사람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훌륭한 수행자입니다. 가장 자비로운 사람이 가장 잘 닦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자신에게도 승리하고 남에게도 승리하는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