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정업1 (正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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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29 11:27 조회5,7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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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업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합니다. 업이라고 하면 어쩐지 어감이 무겁습니다. 업장이 두텁다느니 업보가 두렵다느니 등등 업이라는 말은 마치 지난 생의 괴로움의 굴레를 아직도 못 벗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업이라는 것을 바르게 알면 업이야 말로 우리의 삶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즉 업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우리는 극락에서 살게 되기도 하고 지옥에서 살게 되기도 합니다.


팔정도에서는 바른 업을 이야기합니다. 바른 업이 바로 정업(正業)입니다. 그리고 정업은 바른 신체적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반드시 언어적 행위나 신체적 행위로 표현됩니다. 그것이 구업(口業)이 되고 신업(身業)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업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업에 해당하는 정견과 정사유가 있으면 반드시 정어나 정업으로 나타납니다. 즉, 바른 구업과 바른 신업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견과 정사유가 없으면 잘못된 어업과 신업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정업은 바른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정업에 대해서도 경전에서는 세속적인 정업과 세속을 떠난 지혜로운 자의 정업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잡아함경》에 보면 정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바른 행위인가? 바른 행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속의 바른 행위로 번뇌와 집착이 있으나 선취로 향하게 한다. 다른 하나는 세속을 벗어난 지혜로운 자의 바른 행위로 번뇌와 집착이 없고 괴로움을 바르게 다하여 괴로움의 소멸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서 세속의 바른 행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번뇌와 집착이 있으나 선취로 향하게 하는 세속의 바른 행위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죽이는 것, 도둑질, 음행을 떠난 것을 일러 세속의 바른 행위라고 한다.


죽이는 것, 도둑질, 음행을 보통 살생, 투도, 사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바르지 못한 신업의 대표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들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정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만 하지 않는다고 정업을 모두 실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자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오계만 하더라도 살생, 투도, 사음의 세 가지 악업과 망어, 음주를 들어서 이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르지 못한 업은 이것 이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폭력이나 고문, 학대, 기물 훼손 등은 물론이고 현대사회에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행위 등도 바르지 못한 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업의 주안점이 되는 것은 살생, 투도, 사음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생명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재물을 존중하며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에 있어서 가장 귀중한 것입니다. 내가 나의 목숨에 애착을 가지고 위협받는 것을 싫어하듯이 다른 생명 있는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받고 빼앗기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생명 죽이기를 즐겨합니다. 요즘은 세상이 분업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살생을 하는 일은 그다지 없을 것입니다. 사냥이나 낚시를 취미로 삼아서 살생을 즐기는 사람이야 더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생명을 죽이지는 않더라도 간접살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시골에서 닭이며 개 등 가축을 집에서 직접 잡았습니다. 죽기 싫어하는 짐승들을 칼로 내리쳐서 그 고기를 맛있다고 먹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뭅니다. 예를 들면, 고기를 사 먹거나 생선을 사 먹더라도 이미 누군가가 잡아놓은 것을 사다 먹으면 되고, 또 많은 육류들이 가공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손에 피를 묻히고 살생을 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육식을 즐기면 그만큼 다른 생명이 죽어야 하니까 간접적으로 살생을 돕는 것이 됩니다. 가능하면 다른 생명을 해치는 살생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육류의 피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육류는 직접적으로 인체에 비만이나 고혈압 등의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육류 생산을 위해서 막대한 환경오염이 유발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가능하면 육식을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고 짐승들도 화를 내면 몸에 독성이 증가된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죽기 싫어하는 생명이 죽는 순간 내 뿜는 독성이 체내에 축적되어 있다가 그것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몸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반드시 이런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육식을 즐기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그러나 살생을 남의 생명을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꼭 죽이는 것만 금할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에게 위협을 가하는 모든 행위는 금지되어야 합니다. 고문하고 학대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 등도 생명을 경시하는 좋지 않은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생뿐만 아니라 폭력이나 학대, 고문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정업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업을 더 적극적으로 행하여 모든 생명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폭력과 학대를 추방하고 남을 괴롭히는 모든 행위를 근절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기아나 질병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보시를 베풀고 자비를 베푸는 것이 정업의 적극적인 실천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