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일야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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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14 09:58 조회7,8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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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서 흔히 무상을 말합니다. 무상이라고 하면 봄이 오고 여름이 가며 어느새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온다는 식으로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무상의 원래의 취지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찰나 찰나가 다 무상입니다. 이 세상 모든 현상과 사물은 어느 일순간도 고정되어 멈추어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만약 무상한 것이 없이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다면 변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고통에 빠진 사람은 늘 고통스러워야 하고 복을 누리는 사람은 늘 복만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상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가 있습니다. 

 무상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과 의지 여하에 따라서 미래가 변해지는 것입니다. 신의 뜻에 내 맡기고 우연에 방치하는 그런 생활 태도를 불교에서는 부정합니다. 순간순간을 방심하지 말고 자신을 살펴 바른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업이 되어 미래의 결과로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언젠가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모아 놓고 그 당시에 유행하던 ‘일야현자(一夜賢者)’란 게송을 들려주셨습니다.
 
 
지나간 것을 쫒지 않고
아직 오지 않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관찰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끝까지 살펴 실천해야 한다.
다만 오늘 확실히 해야 할 것을 열심히 하라.
누가 내일 죽을지 알겠는가?
진실로 저 죽음의 군사와
만나지 않을 수 없도다.
이와 같이 끝까지 잘 살피는 사람은
마음을 기울여 밤낮으로 방일하지 않고 실천한다.
이런 사람을 일야현자라고 하며
또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힌 사람이라고 한다.
 
 
 이 말씀은 찰나찰나 변해가는 무상한 지금의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잘 살피고 관찰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고 오지도 않는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며 오직 지금의 이 순간에 마음을 기울이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참된 현자라는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