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좋은 벗 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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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26 09:45 조회7,8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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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라는 말은 인도말 상가에서 온 말입니다. 이 말의 뜻은 ‘화합하는 집단’, 혹은 ‘좋은 벗의 무리’라는 뜻입니다. 좋은 벗을 가까이 하고 사귀는 것은 도를 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승가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일반 재가자들에게 있어서도 선지식을 사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좋은 벗을 사귀는 것은 인간의 행복 중의 하나이며 최상의 즐거움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벗을 사귀는 것은 더 없이 소중하고 즐거운 것이지만 부처님께서는 벗을 사귀되 어리석은 자는 멀리하고 현명한 자를 사귀라고 하셨습니다. 즉,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고 나를 깨우쳐 줄 벗, 이것을 불교에서는 선지식(善知識)이라고 합니다만 이러한 선지식을 사귀라는 말씀입니다. 선지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경전에서는 좋은 벗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주기 어려운 것을 줄 수 있으며, 행하기 힘든 것을 행할 수 있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을 수 있으며, 비밀스러운 일을 서로 말하고 나쁜 일은 서로 감추어 주며,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면 버리지 않고, 가난하고 천해도 업신여기지 않으면, 이런 친구를 이롭게 하고 기쁨을 주는 친구라고 한다.

또 어떤 경전에서는 꽃과 같은 친구, 저울과 같은 친구, 산과 같은 친구, 땅과 같은 친구의 네 가지로 벗을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꽃과 같은 친구란 좋을 때는 머리에 꽂고 시들 때는 버리는 것이니 부귀한 것을 보면 아부하고 빈천하면 버리는 것이다. 저울과 같은 친구는 물건이 무거우면 낮아지고 가벼우면 높아지는 것처럼 주는 것이 있으면 공경하고 주는 것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것이다. 산과 같은 친구는 금으로 된 산과 같이 새와 짐승이 금산에 모이면 털과 깃이 광채를 발하는 것처럼 친구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땅과 같은 친구는 온갖 재보를 친구에게 보시하여 부양하고 보호하며 두터운 은혜를 베풀어 박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가려서 사귀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좋은 벗이 없을 때에는 차라리 혼자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착한 벗을 만나기 어려울 때는
혼자서 수행하여 허물 깨닫고
어리석은 사람과 친하지 말라.
큰 죄과에 빠지고 물들기 쉽다.

악한 벗을 사귀는 것보다는 차라리 혼자가 낫다는 말씀이지만 삭막한 사회일수록 선지식이 더욱 필요한 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남의 선지식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의 선지식이 되려면 먼저 자기의 인격이 다듬어져서 인간적인 매력을 풍겨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기가 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하여 더욱 폭넓은 지식을 가짐으로써 남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도움을 준다면 선지식을 만나는 것도 쉬울 것입니다.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