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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취자 락슈민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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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2-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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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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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2-03 14:10 조회 1,9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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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정성준 교수의 밀교 인물史 (회)

여성 성취자 락슈민까라

락슈민까라는 「84성취자전」에 드물게 보는 여성 성취자이다. 그녀는 우디야나의 왕인 인드라부띠왕의 여동생이었다. 

왕족이었기에 호사를 누리며 고귀하게 자랐지만 유명한 성취자 깜발라로부터 배우고 밀교를 익혔다. 

인드라부띠는 그녀를 잘렌드라의 아들인 랑까의 왕에게 시집 보냈는데 랑까에 도착한 그녀는 랑까뿌르의 주민들이 비불교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왕은 동물들을 사냥하여 많은 고기를 가지고 그녀를 맞이하였다. 

불교도의 환경에서 성장한 락슈민까라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혼절하였다가 깨어난 뒤 자신이 혼수로 가져온 재산을 지역주민들에게 뿌리고 장신구는 시종에게 주었다. 

그녀는 열흘 동안 아무도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옷을 벗어 던진 다음 온몸에 재를 바르고 미친 흉내를 내었다. 

왕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그녀는 치료를 거절했다. 락슈민까라는 마침내 랑까뿌르를 탈출해 공동묘지에 살면서 자신이 스승으로부터 배웠던 공부를 성숙시키는데 전념했다. 

7년 후 그녀는 싯디를 얻었는데 오로지 왕실의 청소부만이 알아보고 그녀의 가르침을 받았다. 

어느 날 왕은 사냥을 나섰다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우연히 락슈민까라가 거주하던 동굴에 이르게 되었다. 

왕과 수행원들은 그녀를 보고 처음엔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동굴에 들어서니 광명으로 가득 차 있고 많은 여성수행자들이 그녀를 공경하고 있었다. 

이윽고 왕은 왕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속에 알지 못할 공경심이 생겨 락슈민까라를 다시 찾게 되었다. 왕이 가르침을 청했을 때 그녀는 게송으로 답했다. 


윤회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존재하는 것들에 행복이나 

축복은 없다.

탄생, 늙음, 죽음, 신이나, 

가난한 자마저도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에 의해 속박된다.


탐진치의 세 가지 악이 

운명적으로 내면 안에서 

고통을 이끈다.

아무리 여기저기서 

욕망을 채우더라도 

언제나 배고프기만 하다.

그대는 불과 한냉의 영원한 

소통 속에서 헤매게 된다. 

왕이여, 

끝내 해탈의 행복을 구하소서.

 

 그녀는 왕에게 자신의 제자가 될 수 없으니 대신 제자인 청소부가 왕의 스승이 될 것을 말했다. 왕이 락슈민까라에게 청소부의 소재를 묻자 청소부는 많은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을 터이니 밤에 찾아가라 하였다. 

왕은 많은 청소부 가운데 스승이 될 자를 찾아 왕관을 씌우고 가르침을 청했다. 청소부는 왕에게 관정을 내리고 제자로 맞이하였다. 

왕은 모든 것을 버리는 혹독한 수행 끝에 싯디를 얻어 랑까뿌라에서 많은 기적들을 보였다. 

특히 와즈라바라히의 수행단계를 수행자들에게 가르쳤고 이후 현생의 몸을 가진 채 다까의 세계로 전생(轉生)하였다.

밀교 시대의 교학은 간결함을 지향하고, 수행 방편은 인간의 다양한 의식에 맞추어 풍부하다. 

한국불교는 먹을 것은 부족한데 수저만 잔뜩 쌓여있는 것에 비유된다. 

동북아지역을 거치면서 중국의 방대한 종학을 떠안고, 선수행은 근기를 무시한다. 인도불교 수행차제의 교학이 온전히 살아야 선불교의 위상도 마련된다.

 사냥을 좋아했던 잘렌드라의 아들은 아내와의 비극적인 운명을 극복하고 왕의 아만을 버리고 청소부를 스승으로 모시는 어려운 일들을 해냈다. 

락슈민까라는 스승 깜발라로부터 배웠다. 때문에 그녀의 게송은 붓다가 설한 무상과 고의 간곡한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다. 

락슈민까라의 비극적 운명과 왕위를 포기하는 대비가 한편의 드라마로 꾸며도 좋을 절절한 사연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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