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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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성성취 | 나의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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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10 조회3,5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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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부산 삼밀사로 인사이동을 하게 되어 12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삼밀사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당감입구에 있는 관음사로 가는 길에 우연히 부산진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어릴 때 넓었던 학교운동장이 이젠 너무 작아 보였다. 내가 큰 건지, 학교가 작아진 건지, 아니면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가 바뀌었는지 어릴 적 내 기억속의 학교보다 작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게 학교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고 좋은 추억 또한 많지 않다. 학교는 나에게 동물원이었고 나는 우리안의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고 싫었다. 그래서 난 초등학교 때 친구가 없다.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친구가 없지만.

 

나는 부산 부전동 기찻길 옆의 작은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기찻길 바로 옆에 살았던 난 초등학교를 가려면 기찻길 밑 굴다리를 지나야 했다.

굴다리 안은 어릴 적 내 마음처럼 항상 어둡고, 두려웠다. 끝이 보이지 않던 굴을 지나면 두 사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동천다리가 나온다. 지금은 동천이 복개되어 다리가 없어졌지만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은 어둡고 위태로웠다.

부산에 다시 온지 얼마 후 어릴 적 살던 곳에 가보았다. 내가 살았던 집이며,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골목이 전체적으로 작아보긴 했지만 35년 전처럼 그대로 있었다.

어릴 적 살던 집 앞에 한동안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려 학교로 향했다. 어릴 적 그렇게 가기 싫었던 학교가 이젠 아름다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 되었다. 눈앞에 굴다리가 보였다. 어두운 색에서 흰색으로 바뀐 것 빼고는 정말 그대로였다. 기록에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곳을 지나면 부산진초등학교, 이 굴다리를 지나면 혹시 만날 수 있을까. 그때의 친구들이 정말 보고 싶었다. 아니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는 웃으면서 그 시절을 이야기 할 수 있을텐데. 과거로 통하는 나의 타임머신 굴다리.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어린 시절 나를 만나 꼭 안아주고 싶다. 잘 견뎌왔다고, 너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리고 바르게 잘 커줘서 고맙다고. 어린 시절 기억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다 아름답다. 과거는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