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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능력과 무능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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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9 12:23 조회3,2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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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무능력의 차이

 

 

아라비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고 말입니다. 방법을 찾으면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만요. 하지 않을 구실을 찾아내는 사람은 무능력이 쌓인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지요. 무언가 하고 싶은 사람이 되셨으면 합니다.

1970년대 이용복 씨의 인기는 대단했다. 10대 가수에 선정이 됐고 오락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용복이 사라졌다. 미국에 갔다는 풍문이 있었을 뿐 이유도 모른 채 그의 존재는 서서히 잊히고 있었다. 그러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알게 된 사실은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용복을 본 높은 분이 아침부터 재수 없게...’라는 말 한마디로 그는 방송 출연 금지를 당했다. 아침에 시각장애인을 보면 재수가 없다는 것이 그 당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이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 방송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용복 씨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섭외를 하였다. 그에게 세월이 비켜갔는지 모습도 목소리도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의 라이브 노래를 들으니 그는 정말 타고난 가수라는 걸 알았다. 아주 진지하게 열성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얼굴 전체가 노래에 따라 움직여졌다. 검정 안경 너머로 살짝살짝 보이는 눈썹도 춤을 추고 입 모양도 순간순간 다양하게 변했다.

 

노래를 부르는 이용복 씨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여서 가수가 천직이란 생각을 했다. 이런 가수를 잘못된 장애인 인식 때문에 매장시킨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용복 씨가 계속 활동을 했다면 레이 찰스나 호세 펠리치아노, 스티비 원더 같은 세계적인 시각장애인 가수들처럼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인재를 큰 재목으로 키우지 못하고 싹둑 잘라버렸던 것이다.

 

방송 작가 일을 그만둔 후 이용복 씨와 만날 기회가 없이 또 10년이 지났을 때 장애인 예술축제에서 이용복 씨를 만났다. 축제 초대 가수로 온 것이다. 그의 노래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무대 위에서 빛났다. 그는 기타를 배울 때의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기타를 너무 많이 쳐서 손에 땀이 난 줄 알고 바지에 쓱 닦았는데 어머니가 보시고 왜 바지에 피가 묻었냐?’며 깜짝 놀라셨다며 그날 입은 바지가 흰 바지여서 그 후로는 빨간 바지를 즐겨 입는다며 시각장애 때문에 생긴 일화를 소개했지만 나는 그 말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하며 가수의 꿈을 이루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이용복 씨는 성공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성공한 것이다. 헤어지며 이용복 씨에게 나도 모르게 이런 인사를 했다. ‘선생님 늙지 마세요. 선생님 안 계시면 안 돼요이용복은 우리나라 유일의 시각장애인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나는 그의 존재가 매우 귀하게 여겨진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용복이 가수가 된 것도 바로 음악인이 되고 싶은 열망 하나로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시각장애라는 높은 벽을 뛰어 너머 가수의 길이 열렸고, 피나는 노력을 했기에 능력이 생겨서 평생 노래를 부르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하지 않을 구실을 찾는다. 건강이 안 좋아서 라든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또는 배우질 못해서 등 자기가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애써 찾는다. 이런 구실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냐 아니면 하지 않아도 되는 구실을 찾느냐의 차이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방법이다. 그러면 막혔던 길이 열리고 그 길을 가다 보면 자기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은 육바라밀의 하나인 정진精進과 유사하다. 정진은 용감한 자세로 목적한 과업에 매진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정진을 하려면 스스로를 경시하거나 비하하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정진은 성공하려고 무조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감으로 꾸준히 매진하는 숭고한 태도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성공은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불교의 수행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