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屠殺을 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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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11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10-01 신문면수 12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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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10-13 15:28 조회 47회본문
도살屠殺을 금하다
화엄경 27권 십회향품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어 법에 자재하며 명령을 내리어 살생하는 일을 못 하게 하는데, 염부제에 있는 성읍이나 마을에서 모든 도살(屠殺)을 다 금하여 발 없는 것, 발 가진 것, 네 발 가진 것, 여러 발 가진 짐승들에게 공포가 없게 하고 목숨을 빼앗는 일이 없으며, 보살의 행을 닦아 인자하게 사물을 대하고 침노하지 아니하며, 묘한 보배와 같은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며, 부처님들 계신 데 좋아하는 뜻을 세우고 항상 삼종정계(三種淨戒)에 머물며, 중생들도 이렇게 편안히 있게 하여, 보살마하살이 중생들로 하여금 오계(五戒)에 머무르며 살생하는 업을 영원히 끊게 합니다.
이런 선근으로 이렇게 회향하나니 이른바 일체중생이 보리심을 내고 지혜를 구족하여 목숨을 길이 보전하여 끝날 때가 없어지이다. 일체중생이 한량없는 겁에 있으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부지런히 공경하고 수명을 증장하여지이다. 일체중생이 구족하게 수행하고 늙고 죽는 법을 떠나서 모든 재앙이 목숨을 해하지 못하여지이다. 일체중생이 병이 없는 몸을 구족하게 성취하고 수명이 자재하여 마음대로 살아지이다.
일체중생이 다함 없는 생명을 얻어 오는 세월[未來劫]이 끝나도록 보살행을 닦으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지이다. 일체중생이 오래 사는 문[壽命門]이 되어 십력과 선근이 그 속에서 증장하여지이다. 일체중생이 선근이 구족하고 다함 없는 목숨을 얻어 큰 소원을 만족하여지이다. 일체중생이 부처님을 뵈옵고 공양하고 섬기며, 끝없이 오래 살면서 선근을 수습하여지이다. 일체중생이 여래가 계신 데서 배울 것을 배우면서 거룩한 법의 기쁨과 다함 없는 수명을 얻어지이다. 일체중생이 늙지도 않고 병나지도 않으면서 항상 머무는 생명을 얻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지이다.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삼취정계(三聚淨戒)에 머물러서 살생하는 업을 아주 끊어버리고 선근으로 회향하는 것이니,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십력과 원만한 지혜를 얻게 하려는 연고입니다. -『화엄경』 27권 「십회향품」
『화엄경』에서는 보살마하살이 왕이 되어 도살을 금하여 불살생 계율을 지키도록 하였다. 원래 계는 자발적으로 받아 지니는 것인데,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계율을 지키며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오히려 사회적 조건을 바꾸어서 저절로 계율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신라시대에도 불교가 왕성하여 왕이 살생을 금한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에도 『화엄경』이 많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오늘날 불살생계를 사회적으로 강제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로 인간의 편익과 돈벌이를 위해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고 생태계의 순환을 깨는 사회가 되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지고 있다. 축산동물을 키우거나 축산동물이 먹을 사료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벌목으로 하루에 축구장 3000개 크기의 밀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숲이 그러하듯이 밀림은 단지 나무만 사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생명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계이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소나 돼지를 죽이는 데 관여할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밀림을 파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의 삶터를 빼앗는 일이 된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불살생계를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채식하기란 너무 어렵다. 학교나 복지관, 군대 등 급식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채식하면서도 영양상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식단이나 음식 조리법을 보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봄 산불로 사찰림 대부분이 피해를 본 의성 고운사는 자연 복원을 선택했다. 산림청은 산불이 나면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어 왔다. 고운사의 자연 복원은 이러한 산림청의 관행을 바꾸고 자연 복원을 보편화하도록 전환하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산불이 난 숲에 가보면 초록 잎을 피우고 푸른 빛으로 죽은 나무들을 위로하는 듯 서 있는 참나무들이 있다. 그리고 불이 나서 죽은 듯한 나무들도 뿌리에서 맹아가 자라나서 다시 숲을 푸르게 하고 있다. 나무들을 베지 않고 숲이 자연 복원하도록 응원하는 것도 불살생의 계율을 지키는 일이 된다.
보살이 살생하는 업을 끊도록 하는 이유로 “이른바 일체중생이 보리심을 내고 지혜를 구족하여 목숨을 길이 보전하여 끝날 때가 없어지이다.” 하였으니, 이런 보살의 마음으로 살생업을 짓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실천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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