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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진언의 역사와 조선조 밀교의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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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8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11-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법장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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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전 동국대학교 티벳대장경역경원 필자호칭 연구원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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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11-02 14:18 조회 1,2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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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진언의 역사와 조선조 밀교의 단편

육자진언의 역사와 조선조 밀교의 단편


밀교의 역사를 살펴볼 때 동아시아의 경우 고려시대 밀교가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융성하였다는 사실은 학자들 간에 이론이 없다. 중국의 경우 불공의 활약을 끝으로 당조 밀교도 쇠락하였고, 강국으로 부상한 요의 주도로 동아시아는 밀교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빈번한 전란으로 피폐해진 중국과 달리 고려는 삼장과 밀교장, 의궤를 고루 보존하였고 일본에서도 적지 않은 학승들이 건너와 현밀의 불교를 배우고 돌아갔다.  

조선말 근대 용성 대선사에 의한 육자진언의 전승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선밀불이의 풍도를 감춘 선승들의 희생과 노력이다. 조선초 상당기간 동안 아사리의 법목위에 쇠락한 선승들의 가사가 그 위에 걸쳐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성철선사 같은 분도 계시어 대일여래참법, 이른바 아비라기도를 세간과 출세간에 전하였다. 

육자진언과 더불어 대일여래 오종자, 대광명진언은 한국밀교를 요약한 핵심종자이자 진언으로 불리어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대광명진언의 경우 현재는 지장진언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 내용은 육자진언과 대일여래진언을 통섭한 것이다. 세 진언은 한국불교의 화엄과 선, 관음, 지장신앙 등 모든 신행을 아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진언들은 한국불교 전승의 핵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개 학문의 순서는 역사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지만 역사를 움직인 작용인에 대해 문헌과 교학, 수행뿐만 아니라 의궤, 문화예술, 정치 외교적 관계를 폭넓게 다루는 노력이 필요한데, 조선조 최후에 유행한 진언들이 한국불교의 법맥을 반영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조선시대 밀교문헌의 총집인 박세민의 <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에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진언수행의 본 면목을 전할 문헌들을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을 보면 학자로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지만 언젠가 번역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필자는 본란에서 당분간 <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외 조선조 유생의 문헌에 나타난 밀교의 기록을  가능한 게재할 생각이다. 

이번에 소개할 <동문선>은 성종 9년(1478) 조선전기 문신 · 학자 서거정 등이 왕명으로 우리나라 역대 시문을 모아 편찬한 시문선집이다. <동문선>의 출판을 주도한 이는 대제학이던 서거정이 중심이 되어 노사신·강희맹·양성지 등 23인이 작업에 참여하였고, 신라의 김인문·설총·최치원을 비롯해 조선조 인물까지 500인에 달하는 작가와 작품 4,302편이 수록되어 있다. 

도량문·재사등 불교 관계의 의례문도 195편이나 싣고 있고, 승려의 시82편, 비명과 탑명, 원효의 경서 서 등이 게재되어 있다. <동문선>의 찬집자들은 불교, 도교의 시문에 관대하였고, 특히 불교 문장 가운데 선승의 그것을 제외한 것을 보면 적극적으로 불교를 신앙하고, 그로 인한 특정한 경향마저 존재한 것을 알 수 있다. <동문선> 27권  ‘제고’ 편 가운데  최자(崔滋)의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는 고려후기 낙산사 주지 조유(祖猷)선사의 기록이 있다. 


낙산사 주지 선사  조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삼매의 힘으로써 일체의 마귀를 제압할 수 있었다. 진양공(晉陽公)이 수십 일 동안 병을 앓고 있을 적에, 천 리 밖의 낙가산으로부터 갑자기 와서 용주를 외웠는데, 바리때 밑에 막 금강저의 소리를 드날리자, 술잔 가운데에 비친 뱀이 곧 각궁의 그림자인 것을 깨달았다. 이에 상쾌하고 화평한 기운이 빨리 돌아와 우뚝하게 태산이 다시 편안한 것 같았다.  


최자는 고려말 문신으로 시문에 뛰어나서 명성이 높았고, 학식과 행정에도 뛰어났다. 관고는 임금이 관리를 임명할 때 내리는 글이다. 진양공이 뱀을 보고 놀라 발병한 것을 진언으로 병의 연유를 알려 치병한 내용이다. 자못 진언은 세상을 구하고, 종파를 초월해 착한 것을 구하는 것이 불교의 진의이다. 고려말 많은 종단이 분분한 가운데 종단과 상관없이 진언에 밝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유가사지론>의 주다라니에서 볼 수 있는 말이다. 또한 착한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글에서 밀교의 회통적 성격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가르침의 맥은 조선을 거치면서 쉽지 않은 행로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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