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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속의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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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1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3-12-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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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선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인드라망 생명체 총무국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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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1 05:59 조회 1,8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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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속의 아름다운 세상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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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인드라망 생명체 총무국장

얼마 전 ‘생태공동체 운동’을 전국 곳곳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녹색대안운동포럼’에 참석하게 되었다. 공동체운동을 실천하는 분들 가운데 상당히 유명하신분들이 참석하는 포럼이라 ‘이 분들의 사는 이야기만 들어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 만사 제쳐두고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어 사람 사는 것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민주화운동으로 한창 어지럽던 80년대말 나는 대학을 다 녔다. 어느 가을날 학생회관에 혼자 앉아 단풍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배낭을 메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은 채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운동권에서 꽤나 알려진 선배였지만, 당차거나 냉철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그 때 ‘나도 저렇게 멋지고 씩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기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그 선배를 만난 것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하고 올2월에 출소하여 지금은 경기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 공동체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건 정말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좋았 고, 얘기치 않은 우연한 만남이라 더 좋았고, 서로를 실망시 키지 않은 만남이라 좋았다. 젊은 날의 순수와 혈기로 많은 청년들이 정의를 위해 투쟁하였지만, 세월이 흘러가며 불의가 있든 없든 무심히 지나쳐가고, 주머니 속에서 잇속을 헤 아리며, 때론 권력과 결탁하여 힘없는 사람들을 울부짖게 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변해간 모습들을 보아온 터라,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떳떳이 사는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뜻있는 일을 함께하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날 나는 ‘사람이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니, 지금 이 순간 나와 인연되어 있는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다. 최근 청화스님께서 입적하셨을 때 남편이 생전에 스님을 뵙지 못하여, 스님과 인연없음을 아쉬워 한 적이 있다. 물론, 직접 뵙는 인연은 없었을지 모르나, 스님 생전의 말씀이 담긴 책을 읽거나 그 분의 가르침을 마음 속에 되새기고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이것이야말로 스님과의 좋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전생의 인을 알고자 하면 금생에 받는 것이 그것이요, 후생의 과를 알고자 하면 금생에 짓는 것이 그것이다.” (인과경)라는 가르침이 있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후에 일이 결정되어지고, 지금 여기서 겪는 고통도 고통으로 슬퍼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잘 해결해야만 다음에 다시 그런 고통을 받지 않는,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와 인연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직장 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보면, 사회생활 중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사이의 관계’를 좋게 맺는 것이라고 한다. 비단 이것은 직장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린아이도, 주부도, 나와 같이 사회단체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도 가장 힘든 부분이 ‘나와 생각이다른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이다. 사실, 나도 한 때 심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상대가 원인을 제공해서 내가 화가 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고치면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화가 나있었고 고통스러웠다.

너무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생각을 한참해보니, 이렇게 심 한 고통의 원인이 과연 이번 생만의 문제일까? 지난 생에 이미 원인이 있었고, 그로 인해 다시 고통의 관계로 만났는데, 지금 나는 고통의 업을 더욱더 누적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 렇다면 다음 생에는 더 나쁜 악연으로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건 정말 끔직한 일이었다. 그 후로 나는 그를 ‘화’ 로 대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때때로 그의 좋은 점도 보게 되었다. 이런 일상적 경험이 나로 하여금 삶이 고통스러울 때일수록 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가능한 한 좋은 인연을 만들도록 해야만 한다는 사실 도 깨닫게 해주었다. 나와 인연 있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흔히 비유되듯이, 나와 인연이 되어 오늘 내 입에 들어가는 한 알의 밥알에도 농부의 땀과 한여름의 햇빛과 땅의 흙내음과 개구리의 헤엄질이 묻어 있다. 모든 것의 은혜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작은 미물에서부터 사고 깊은 인간까지, 조그만 도랑물에서 널따란 하늘까지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위의 모든 것과 관계맺음을 좋게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 진다. 이것은 다소 진부한 내용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나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선미/인드라망 생명체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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