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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고통이 아닌 우리의 고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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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2-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하현주 박사의 마음 밭 가꾸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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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2-03 13:31 조회 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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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자비정원(慈悲正願)⑥ (회)

나만의 고통이 아닌 우리의 고통으로

고통은 행복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없애야 할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성숙의 여정에서라면 또 기꺼이 겪어내야 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행복과 불행은 마치 쌍둥이 자매와도 같다는 아함경의 비유처럼, 행복의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이 고통과 불행을 우리는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감내하지 않을 수 없는 이 고통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나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성숙한 태도일까?


자기몰입적 고통에서 벗어나

우리는 자신과 타인이 분리된 개체라는 환상 속에 안주하며 살아간다. 독립되고 견고한 자아를 가진 우리 각자는 서로의 역사 속에서 분리된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간다. 견고하고 높은 자존감은 현대인들에게 있어 최상의 윤리 덕목으로서 그 위용을 발휘하게 되었다. 양심보다는 자존감 없는 것이 더 부끄러운 문화가 되었고, 자기주장적인 사람이 이타적인 사람보다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도덕적 반전도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존감에 목을 매는 현대인들이야말로 자존감의 기근 상태가 아닐까?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추구하고 수집하기 위한 SNS에의 자기애적 몰두, 타인의 인정 없이는 자기 자신의 선호조차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자기가 결핍된 사람들. 이 고질적인 자기중심성, 자기몰입적 고통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기에게서만 문제를 찾고, 또 자기 자신만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 그야말로 자기에게 중독된 인간으로 남아, 자기중심적, 자기몰입적 고통 속으로 침몰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We First)

이러한 ‘자기 중독’의 폐해는 ‘나부터 먼저’(Me First)라는 마음가짐을 ‘우리가 먼저’(We First)로 바꾸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고통의 원인을 찾는 것도 ‘나에게서 먼저’가 아니라 ‘우리에게서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괴로운 순간 흔히, ‘나만 또 이렇게 불행해’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렇듯 자신의 경험을 경험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나’와 연관시키는 것을 자기참조적 과정(self-referential proces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불안을 경험할 때, 그 불안이 자기 자신의 것이고, 그 불안이 경험되는 출처가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아니, 나에게 경험되는데 그 불안이 발생된 곳이 내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그럼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불안을 주입했다는 말인가? 내가 다른 사람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렇듯 자명한 사실에 왜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실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다쉬(Hadash)와 동료들은 내적 경험들을 ‘자기참조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체험적으로 ‘탈자기참조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치료적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즉, 내가 경험하는 모든 현상들을, 그저 현상일 뿐 ‘나의 경험’이라거나 ‘내가 만든 경험’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즉, ‘아, 나는 왜 또 불안해지지’하는 태도에서 ‘나’를 떼고, 지금 ‘불안이 경험되는구나’로 경험하자는 것이다. 


 ‘자타일시성불도’의 염원으로

본 칼럼의 초반부터 언급하였던 것처럼, 우리의 정서는 전염된다. 심지어 인지적 취약성마저도 전염된다. 더 이상 우리가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심리학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내가 경험하는 지금의 이 불안이, 내가 믿는 이 가치관들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현상을 경험하면서 어찌 그것이 ‘나의 고통’이라고 당연하게 여길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 대기의 숨결처럼, 우리는 매순간 타인의 고통을 함께 들이마신다.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얼굴 표정을 통해, 그의 몸짓과 행동을 통해서도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의 고통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그러한 고통을 경험하고 만들어내는 주체로서의 자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무수한 조건들이 얽히고설켜 빚어낸 현상을 우리가 그저 함께 경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불안도, 슬픔도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오로지 나로부터 일어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즉, 고통의 공유된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내 가슴만을 향해 있던 시선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자. 나의 고통이 아닌 우리의 고통으로 바라볼 때, 우리 모두의 고통이 동시에 사라지기를 바라는 自他一時成佛道의 염원이 우리를 채울 때, 자기몰입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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