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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압제의 고통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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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7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12-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기획연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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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12-08 09:51 조회 7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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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종조 원정 대성사 일대기 (14회)

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압제의 고통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1944년 하얼빈서 가족과 함께 봄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귀국

적십자사 경남위원회 군 서기 신분으로 인도적 사업을 전담


“사람뿐 아니라 국가와 집단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욕심은 눈을 가리고 지혜와 자비심을 거두어간다. 일제는 멸망으로 치닫는 중에도 야욕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일을 통해 대성사는 세상사를 내다보는 통찰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북만주의 4월은 춥다. 겨울이 채 가지 않고 시베리아의 삭풍이 날카롭게 대지를 가른다. 봄이 곧 오리라 믿지만 옷깃을 여민 채 길을 걸어야 한다.

1944년 4월 20일. 대성사는 가족과 함께 봄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귀국했다. 귀국 직후인 5월 17일부터 대성사는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 경력을 이어 군 서기로 근무할 수 있었다. 근무 부서는 적십자사 경남위원회. 경남적십자사는 당시 조선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곳이었다. 1944년을 기준으로 조선 전역의 적십자 지부 중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가입된 곳이 경남위원회였다.

군 서기 신분이지만 강력히 청원해서 공출이나 징용 동원과 거리가 먼 인도적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업무를 맡았다. 적십자사가 주로 하는 업무는 홍수를 비롯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구호 활동을 벌이고 의료봉사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대성사가 세상을 위해 자신의 원력을 쓸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 

전쟁의 급박한 분위기는 밀양이라고 피해갈 수 없어 일제는 평야인 상남 들판에 활주로를 만들고 미군 폭격을 피하고자 종남산 주변에 비행기 격납고를 만들었다. 평화의 들녘은 당장 전쟁의 최전방 전선으로 변했다.

농부들도 호미 대신 삽과 곡괭이를 들고 건설 현장의 인부로 끌려가 일해야 했다. 미군의 진격에 대비해 군용 시설을 밀양 곳곳에 건설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아붙여 지었던 시설물들이 완성되어 제대로 사용되기 전에 일본이 패망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 됐다. 

1945년 대성사는 매일 숨죽여 듣던 단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주축국이던 이탈리아와 독일의 항복 소식을 듣고 있었다. 유럽 전선에서 승리를 거둔 미군 병력이 태평양 전쟁에 집중하여 남태평양부터 일본의 패전이 시작됐고, 일본 본토를 향해 폭격기들이 날아와 도쿄며 주요 항구들이 불바다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겉으로 승리를 장담해도 도쿄는 저항 한번 못한채 불타고 있었다.

조선 땅에서 일본은 패전의 순간까지 자신들의 승리를 선전하고 있었으나 대성사는 전황의 정확한 향배를 알고 있던 터라 주변에 조심스럽게 전쟁이 흘러가는 소식을 전하곤 했다. 

특히 자신이 맡은 일이 적십자사 관계라 전쟁 막바지의 재난을 구하는 인도적인 업무에 더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전세가 기울자 일제의 압박도 강해졌다. 심지어 부녀자들까지 군사훈련으로 내몰았고 쌀 한 톨 놋그릇 하나까지 공출을 명분으로 빼앗아갔다. 비행기 헌납을 빌미로 헌금을 강요하면서 전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입에 발린 선전을 내세웠다. 그러나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은 미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연일 전함은 침몰하고 섬은 빼앗기고 전투기엔 조종사 대신 어린 학생을 태워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밀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 대책 없는 전선을 펼쳤던 것이다.

 적십자 업무를 하면서도 전해오는 전황에 귀를 떼지 않았다. 특히 태평양의 주요 격전지에서 미군이 파죽지세로 승리를 거두면서 일본군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곧 일제가 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은 더 이상 미군에 맞서지 못했다. 가공할 폭탄과 무력 앞에 고작 일본도를 빼들고 천황 만세를 외치며 무모한 돌격을 벌이다 희생될 뿐이었다.

 사람뿐 아니라 국가와 집단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욕심은 눈을 가리고 지혜와 자비심을 거두어간다. 일제는 멸망으로 치닫는 중에도 야욕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일을 통해 대성사는 세상사를 내다보는 통찰과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대성사는 일제의 긴 밤이 이제 곧 끝나리라는 것을 알았다. 빛은 어둠을 물리칠 것이고, 압제의 고통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드디어 모두의 희망대로 민족의 빛을 다시 찾은 광복의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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