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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교와 밀교를 잇는 <불지경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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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3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6-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부처님오신날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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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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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5-31 13:15 조회 6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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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교와 밀교를 잇는 <불지경론>

법계체성지, 인류와 생명이 공유하는 청정한 본성의 가르침

“미륵 세우지 않아도 오늘만큼은 모든 중생이 한 몸이자 부처”


불기 2567(2023) 부처님오신날은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선언을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합심해 유일무이한 질병을 극복했다. 인류의 잠재의식 심연에는  인류애와 합심과 협동, 공영의 코드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 새겨졌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의 생존, 자유, 고유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의도도 인류애와 우주보편의 원리와 가치 앞에 점차 굴복하는 날이 올 것이다. 

불교의 이론 가운데 인류 공동의 잠재의식을 이해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밀교의 ‘법계체성지’다. 법계체성지에 대해 여러 이론들이 많다. 간단하게 말하면 현교의 ‘사지설’은 내부 의식인 반면 밀교의 법계체성지는 무구청정식으로 일체중생의 보편적 불성이다. 법계체성지는 사지의 소의가 된다. 유가유식의 유식무경, 즉 ‘오로지 식만 있고 외경을 부정한다.’라고 하는 유가유식의 명제는 개아의 의식적 환경을 설명하는 것이지만 모든 유정이 의지하는 우주 보편적 원리를 가리키는 것이 바로 법계체성지인 것이다. 

유가유식의 논서로 법계체성지의 존재를 추정한  논서는 바로 <불지경론>이다. <불지경론>은 친광 논사의 저술로 현장이 당시대 649년에 한역하였다. 친광에 대해 알려진 것은 호법의 제자라는 것뿐이다. 『불지경』에는 대각지(大覺地)에 청정법계가 있다고 하였다.  친광은 논에서, “(청정법계는) 모든 성스러운 법이 생장하는 의인(依因:의거하는 요인)이다.  … 모든 법과 모든 유정에 두루하며 평등하게 공유하고, 모든 법과 더불어 하나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청정법계는 바로 모든 여래의 승의(勝義)이다. 법계가 모든 유정들의 상속 속에서 두루 존재하고 저 모든 유정들은 스스로 선한 종자를 성숙케 하는 힘이 있다. … 이 작용을 제외하면 증상연력은 다시 여래법신이 모든 중생들을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는 일의 작용을 짓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불지경론>이 중요한 이유는 불보살 자비행의 근간이며 인류공동의 정신적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유식이나 선의 단견에 빠진 이들은 말하길, “모든 것이 공이고 유심인데 불보살의 자비가 무슨 소용 있는가?”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유정과 중생에 대한 사랑, 인류보편애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지경론>에서 청정법계를 설하고 이후 밀교의 법계체성지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태장계만다라와 금강계만다라에는 불보살이 갖춘 자비와 사회참여적 속성이 불성의 요소로서 자리잡고 있다. 태장계만다라의 허공장원과 소실지원은 자비와 구원을 확산하고 성취하며, 금강계만다라의 이취회와 항삼세삼매야회는 사바세계 욕계를 수용하고 이를 성취해 나아간다.     

팍팍한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동료가 대승보다 소승이 살기 편하다는 말을 듣고 웃었다. 차라리 세상과 담을 쌓고 간섭 안하며 내가 할 일만 찾아서 하거나, 좀 더 나아가면 배우자와 자식, 가족 일만 챙기면 그만이라 말한다. 그러나 불교 하기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석존의 가르침에서 이미 인류보편애를 설한 대목이 무수히 많으며, 현실을 극복하는 긍정의 법문도 볼 수 있다. 

증일아함경은 부파의 대승적 성향이 많이 반영된 경전이다. 이 가운데 <역품1>에는, “여섯 가지 떳떳한 힘이 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어린애는 울음으로 힘을 삼아 할 말이 있으면 먼저 운다. 여자는 성냄으로 힘을 낸 뒤에 말한다. 사문과 바라문은 참음으로 힘을 삼아 낮춘 뒤에 말한다. 국왕은 교만으로 힘을 삼아 권력으로 말한다. 아라한은 정진으로 힘을 삼아 말한다. 모든 세존 부처님은 큰 자비를 성취하고 그 큰 자비로 힘을 삼아 중생을 두루 이익하게 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여섯 가지 떳떳한 힘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항상 큰 자비를 수행하기를 생각하라.”고 하였다. 경전에는 긍정의 분노와 성냄, 인욕과 교만을 볼 수 있는데, 밀교와 친숙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5월 27일은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는 한 인간에 의해 완성된 것이 아니다. 친광과 같이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고 탐구했던 무수한 무명의 논사와 수행자들에 의해 그 체계가 세워진 것이다. 밀교의 법계체성지는 모든 인류와 생명이 공유하는 청정한 본성의 가르침이다. 인류는 그 가치를 공유하고, 무명의 대중들은 그 가치를 흠모하고 보존하기에 그것이 신이든 유물론이든 언젠가 진리를 성취할 부처님이다.  경권의 닥나무 섬유와 그 옆에서 씨앗을 쏠던 쥐들도 모두 부처님이다. 미륵을 세우지 않더라도 오늘만큼은 모든 중생류가 한 몸이자 부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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