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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무게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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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3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6-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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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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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5-31 13:22 조회 6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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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 경전이야기 (17회)

생명의 무게는 같다


 부처님의 전생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살바다라 왕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도와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무서운 매에게 쫒기고 있어요. 저를 좀 숨겨주세요. 부탁입니다.”

 왕은 비둘기가 안쓰러워서 품 안에 숨겨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둘기를 쫒던 매가 나타났습니다. 매는 비둘기는 자신의 먹이이니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왕은 살생을 할 수 없다며 매에게 비둘기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비둘기를 내어주지 않으면 비둘기는 살지만 나는 죽어요. 그러니 어서 매를 내놓으십시오.”

 비둘기를 살리자니 매가 죽고, 매를 살리자니 비둘기가 죽는 꼴이었습니다. 왕은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매는 비둘기와 똑같은 무게의 살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왕이 저울에 무게를 재어보니 비둘기가 더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왕은 다른 쪽 허벅지 살을 베어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둘기의 무게가 더 무거웠습니다. 왕은 자신의 몸을 자꾸만 베어서 보탰으나 계속 비둘기가 더 무거웠습니다. 살을 베어낸 자리가 아프기가 한량없었으나 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며 비둘기를 살리기만 원하였으므로 신하에게 명하여 나를 죽여 골수를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매와 비둘기는 본래 제석천의 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왕의 몸도 다시 온전하게 돌아왔습니다. 왕의 보시가 제석천의 지위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 부처가 되어 중생의 고통과 액난을 구제하여 열반을 얻게 하고자 함임을 알고 곧 상처를 낫게 한 것입니다.                                            『육도집경』 제1권 제2장


 이 이야기는 불교에서 생명의 무게가 같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수많은 가축들이 공장식 축사에서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좁은 틀에 갇혀 오직 인간을 위한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수명보다 일찍 목숨을 잃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기를 먹을 때 이들이 겪는 이러한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생명을 가진 살아있는 동물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그 사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가축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실험실에서 온갖 고통을 받다가 죽어가는 토끼나 쥐 같은 동물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 실험은 꼭 필요하지도 않고 또 매우 잔인합니다. 그래서 동물실험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어떻습니까? 좁은 수족관에서 구경거리가 되다가 죽어가고, 생존 조건과 전혀 맞지 않는 동물원에서 일찍 생을 마감합니다. 어린이들 둔 부모들은 교육을 위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자녀를 데리고 갑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얼마나 비윤리적인 곳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축산동물입니다. 우리 국민 1명당 2020년 기준으로 연간 281개의 계란을 먹습니다. 달걀은 사육 환경에에 따라 고유번호 끝자리에 1번부터 4번까지가 있습니다. 1번은 방사 사육, 2번은 케이지(우리)에 가두지 않고 실내 사육한 닭이 낳은 달걀을 뜻합니다. 1번과 2번 달걀은 건강한 환경에서 사는 닭이 낳은 ‘동물 복지 달걀’로 볼 수 있습니다. 3번은 0.075㎡ 케이지에서 낳은 달걀을 뜻하며, 4번은 ‘배터리 케이지’로 불리는 공장식 사육 환경으로 한 마리당 0.05㎡케이지를 말합니다. 참고로 A4용지 크기는 0.6㎡입니다. 그러니까 A4용지 한 장 보다도 좁은 곳에서 사육된다는 말입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달걀의 96% 정도가 4번 달걀입니다. 이들 계란을 낳는 산란계들은 좁은 케이지에 가둔 채 모이와 물을 먹이며 인공조명으로 불을 밝혀 알을 낳게 합니다. 1년이 지나면 닭들은 지쳐서 낳는 달걀 수가 적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곧 도살됩니다. 

 

 부처님의 전생담에서 나온 비둘기와 왕의 무게가 똑같다는 이야기는 모든 생명의 목숨이 갖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매우 중요한 경전입니다. 부처님을 따르는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제1계(戒)인 불살생(不殺生)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죽이지 않으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구제하고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괴로움의 감정이 있는 유정중생(有情衆生)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동물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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