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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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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13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12-0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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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니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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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12-15 15:35 조회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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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회복

한민족이 내재한 심성에 주목

민족의 자산 중심에 한국불교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걸친 시기는 바야흐로 유럽이 세계의 강자로 올라서기 시작한 시기다. 이 시기에 유럽의 근대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배경에는 크게 세 사건이 있다. 르네상스[하이 르네상스(high Renaissance)는 1490년대에 시작해서 1527년 로마시가 파괴되던 시기까지 해당]와 아메리카 대륙 침략(1492), 종교개혁(1517)이다. 이 세 사건은 유럽이 중세의 침체에서 벗어나 근대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갑자기 유럽의 활동무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보통 ‘이른 근대(Early Modern)’라고 부른다. 근대의 끝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 내지는 1968년 일어난 68혁명 때까지로 보는 것이 다수의 주장이다.


이처럼 세계사의 변동과 관련하여 같은 시기의 한국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었을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조선의 후진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정치 체제나 문화적 측면에서는 달리 해석하는 주장이 많이 대두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림 시장의 구매층이 양반을 넘어 중인과 부유한 상공업자, 지주로 확대되며 어느 정도 활성화된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시조(時調)의 창작 계층이 양반에서 중인과 일반 평민으로 확대되거나, 서민이 향유하던 판소리와 탈춤이 유행한 현상도 이에 해당한다. 유럽에서도 17세기 말 네덜란드에서 귀족이 아닌 부르주아(bourgeois) 계층이 주도해 그림 시장이 활성화됐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일반화된 것은 180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에서였다. 부르주아는 성(城)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에서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그래서 (도)시민이라고 한다. 18세기 조선도 일정 정도 상공업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들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정치제도와 사상의 측면에서도 조선은 결코 유럽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유럽의 18세기 절대왕정은 관료제와 상비군 제도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관료제는 조선에서도 과거제도와 맞물려 건국 초부터 시행되었던 제도였다. 세습 신분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 공직에 진출하는 체제가 그때까지도 유럽에서는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 문명권에서는 당송 시대를 거치면서 확립되어 있었다. 더욱이 18세기의 계몽사상은 공자(孔子)의 사상에 일정 정도 영향받았다는 주장이 서구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1950~60년대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최빈국이란 종래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역사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면, 눈부신 경제 성장을 통해 발전하던 1970~80년대는 나름의 주체적 역사 인식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서구 문명과 일본과 대등할 정도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가면서 마침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중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인정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매우 변하였다.


문제는 같은 시대에 식민사관에 물든 나이 든 기성세대와 선진국의 관점에서 이전 세대와 판이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대 간의 차이보다 세대 간에 공유됐던 민족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소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남북한의 공통된 민족의식이 남아 있던 세대가 사라지면 통일은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철저하게 남북이 단절된 상태에서 거의 한 세기를 지나면서 남북의 이질화가 심각할 정도로 심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일 이후의 후유증도 엄청날 것이라는 예측이 있고,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민족적 이질성을 극복하여 민족 공동체를 회복할 것인가? 여기에서 수천 년 동안 내재한 한민족의 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 민족에게만 의미가 있지 않고 전 세계 인류와도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은 무엇일까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거기에 불교가 오롯이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것으로서의 불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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