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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혜의 눈 | 영화 ‘나랏말싸미’와 불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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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09-05 15:35 조회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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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와 불교의 역할

 

신미대사 역할론, 학자들이 제시한 학설

영화 한편에 한국불교 현실 여실히 반영

 

최근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제한조치를 하면서 불거진 문제들은 한국 현대사의 오래된 문제인 친일 청산 문제를 또다시 소환하였다. 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영화 나랏말싸미를 둘러싼 논쟁이 있다.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훈민정음을 만들도록 하였다는 것이 그동안의 학설이다. 여기에 몇몇 학자들에 의해 신미대사의 역할이 거론되면서 훈민정음을 과연 누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느냐의 논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신미대사의 역할론은 학자들에 의해 제시된 학설이었으며, 이것을 토대로 하여 한 소설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루어진 소설의 줄거리를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중의 하나가 훈민정음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문장중의 하나가 용비어천가와 불교 찬가인 월인천강지곡이였다는 사실이다. 15세기는 비록 조선 왕조가 세워졌지만, 성리학적 세계관은 지배층인 양반에서조차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여전히 불교가 사회 운영 원리로서 기능하고 있던 시대였다.

나랏말싸미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저런 주장도 있을 수 있다는 정도의 반응을 넘어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영화 관람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놀랍다. 영화 내용에 대해 우리 사회의 반응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불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중되고 있었다면 영화적으로는 좀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 하여도 불교가 훈민정음 창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에 대해 이토록 비판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많이 소진되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민족적 자산이다.

불교는 그 세계관에 있어서 인드라 망()과 같은 연기론(緣起論)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적대적 공존이 아니라 진정한 공존의 원리를 제공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구성 원리를 인드라 망이라는 그물에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물코마다 투명한 구슬이 달려있는데, 그 구슬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가리킨다. 그래서 하나의 구슬이 움직이면 그물망을 통해 온 존재에 그 파장이 전달되고, 투명한 까닭에 모든 다른 구슬의 모습이 각각의 구슬에 비춰지고 그 비춰지는 양상은 거듭되는 것이다. 마치 거울 두 장을 서로 마주보게 하면 무한히 상대 거울을 비추듯이 말이다. 이러한 설명은 현대 과학이 말하는 나비 효과와 많이 닮아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완전히 배제해야 될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의상존하는 세계에서 모든 존재는 평등할 수밖에 없다.

영화 한 편을 통해 현재의 한국 불교가 처한 현실의 한 부분을 알 수 있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교의 역할은 빼놓을 수가 없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불교에 그 해결방안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한국 불교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한국 불교가 제대로 응답하는 것은 한국 불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민족 나아가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한 일이 아닐까.

<칼럼리스트 김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