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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 | 밤 기온 내려 이슬이 맺힌다.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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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09-05 16:37 조회1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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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 내려 이슬이 맺힌다. ‘백로

 

맑고 깨끗한 흰 이슬이 맺힌 풍경, 완연한 가을 기운이 온 대지를 덮고 있다. 무더웠던 여름은 가고 언제나 그렇듯 가을이 찾아온다.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밤 기온이 내려가 이슬이 맺힌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는 백로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이맘때 내리는 이슬에 약효가 있다고 믿어서 백로 무렵이면 눈이 밝아지는 주머니라는 뜻의 안명낭안에 측백나무 이슬을 따서 담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이 이슬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여겼다.

백로는 도시인들에게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을 주는 절기이지만 농촌에서는 가을농사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백로 전에는 벼이삭이 패야 해서, 만약 벼이삭이 패지 못하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어, ‘벼이삭이 백로 오전에 패면 먹고 오후에 패면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걷힌 후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해를 겪기도 한다. 백로 다음에 오는 중추는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다. 전남에서는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어야 한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 백로가 지나서 여문 나락은 결실하기 어렵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관찰해 풍흉을 점치기도 했는데, 백로에 바람이 많이 불면 벼농사에 해가 많고 나락이 여물더라도 색이 검게 된다고 믿었다.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고 전한다. 또한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충남에서는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는다. 경남에서는 백로 전에 패는 벼는 잘 익고 그 후에 패는 것은 쭉정이가 된다고 알고 있으며, 백로에 벼 이삭을 유심히 살펴서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도 한다.

백로는 보통 음력 8월 초순이지만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되며, 8월 백로에 비가 적당히 오면 대풍이라고 여긴다. 또한 백로는 포도가 맛있게 익는 시기인 만큼 백로부터 추석까지는 포도의 당도가 높아 가장 맛있는 포도를 먹을 수 있는 포도순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로의 절기인 지금 무더위는 물러가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우리에게 많은 능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시기로 추수의 시작, 풍성한 절기, 독서의 계절, 말들이 살찌는 계절 등의 수식어들이 붙는다. 우리도 이때를 놓치지 말고 좋은 기회로 삼아 나에게 주어진 귀한 시절을 좀 더 보람차고 가치 있게 보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