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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란 무엇인가?_밀교의 특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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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2-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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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재동 필자법명 - 필자소속 법장원 필자호칭 연구원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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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2-04 13:53 조회 2,0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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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란 무엇인가?_밀교의 특징<2>

예배와 공양에 관한 의궤 존재

체험과 직결되는 밀교는 유가관법의 기본적 경향에 있어서 고대인도 이래의 전통적인 요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만 밀교에서 특이한 것은 유가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예불이나 공양을 비롯하여 여러 종교적 의례나 작법이 수반되어 있어, 그것들에 대해 엄격한 규정, 즉 의궤(儀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브라만교의 엄격한 제식(祭式)의 규칙서 즉 의궤(vidhi)가 제작되었고, 불교가 그것을 채용하여 불상의 예배와 공양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의궤의 제작은 2세기에서 3세기에 이른다. 

4세기 초 통일국가를 창설한 굽타 왕조가 브라만교의 부흥에 힘쓴 결과, 불교 경전 속에서도 브라만교의 의례나 신들이 적극적으로 섭취되기에 이른다. 이 무렵에는 브라만교의 의례나 힌두신이 불교의 치장을 하고 나타나는 밀교경전이 잇달아 제작된다. 

5세기가 되었을 때, 인계(印契)와 주(呪)가 결합된 수법(修法)이 불교에 도입되는데, 이러한 수법의 목적은 제재초복(除災招福)을 주로 하는 것으로, 행자의 깨달음과 관련된 대우주와의 합일에 대한 설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수법의 목적이 현세이익을 벗어나 성불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인도의 중기 밀교, 즉 7세기에 성립된 『대일경』이나 『금강정경』 이후이다.


인도 중기, 밀교 경전의 성립

이들 인도 중기의 밀교 경전은 신구의(身口意) 삼밀(三密)의 유가(瑜伽)를 기반으로 한 성불(成佛)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인계(印契)․신(身), 진언(眞言)․구(口), 삼마지(三摩地)·의(意)의 삼밀융합(三密融合)의 유가를 수행함으로써 행자(소우주)와 대일여래(대우주)와의 합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세이익의 수법을 중심으로 설파하는 초기 밀교를 일반적으로 잡밀(雜密)이라 칭하고, 『대일경』 『금강정경』 등의 중기 밀교를 순밀(純密)이라 부르고 있다. 

초기 밀교의 경전은 불설이라 하나 불교 교리와의 관계는 희박하다. 반면 중기밀교의 경전에는 중관, 유식, 여래장 등 대승불교의 대표적 사상이 종횡으로 박혀 유가행의 이론적 배경을 구성하고 있다. 『대일경』 『금강정경』 등 인도 중기의 밀교 경전의 성립으로 밀교는 고대 인도의 주법(呪法)과 불교 교리의 총합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유가(瑜伽), 선정(禪定), 수습(修習)과 같은 실천을 그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직접 설명하지 않았던 불교경전이, 종교 체험과 직결되는 방법을 비로소 피력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승불교 교의와 사상의 계승

밀교의 사상적 특징 중 하나로 포섭(包攝)과 순화(純化)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밀교는 무엇보다 종교체험을 중시하고 거기서 출발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밀교에 사상성이 결여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밀교 경전 속에는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는 불교의 주요 교의와 사상이 계승되고, 또 아리야 기원, 비아리야 기원을 불문하고 고대 인도의 문화가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밀교를 서구에서는 통상 탄트라 불교라고 부른다. 탄트리즘(tantrism)에는 인도 고래의 전통적인 제식(祭式), 찬가(讚歌), 의례(儀禮), 고행(苦行), 유가(瑜伽) 등의 종교적 행위에서부터 일상생활상의 습관, 풍습, 법률, 전승, 나아가 의학, 천문학, 주술 등 대부분의 종교적 내지 일상적인 행위, 나아가 금욕주의에서부터 쾌락주의, 유심론에서부터 유물론까지 폭넓은 사상을 포함한다. 

즉 이는 힌두 사회의 종교, 생활, 문화 일체가 포함된 명칭이다. 밀교는 이러한 탄트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이므로 그 경전 속에는 고대 인도의 모든 문화가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좋다. 그중에는 백과사전쯤으로 착각할 만큼 다양한 경전도 있다.


종교와 과학의 양립을 허용

브라만교에 기본적 형태를 둔 종교의례에서 힌두 기원의 신의 혼입(混入), 수학, 지리학, 약학, 의학, ․천문학 등 자연과학의 영역까지 이르는 밀교경전의 레퍼토리는 매우 넓다. 진언종의 상승(相承)계보 위에서 8조(八祖)의 한명으로 꼽히는 중국 출생 일행 선사는 천태, 선, 도교 등에 통한 학승일 뿐만 아니라, 수학, 천문학에도 뛰어나 태연력(太衍曆)이라는 정밀달력을 제작한 뛰어난 천문학자였다. 밀교 속에는 이러한 종교와 과학이 양립하는 것을 허용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밀교경전이 갖는 다양성은 밀교만의 특색이라기보다, 인도사상 내지 동양사상이 지닌 특색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문화를 포섭하고 혼합하여 거대한 하나의 분류(奔流)로 변해버리는 동양문화의 스케일의 크기는, 순수성이라든가 단일성을 따지는 서양의 근대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적지 않다. 과거 밀교를 비롯해 힌두교 등이 지닌 복합성, 중층성에 대한 근대인들의 평가는 시큰둥했다. 지금 이들 동양문화에 서서히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 근대문명의 좌절과 반드시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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