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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 불교의 선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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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07-22 14:02 조회5,6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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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선정이란?

 

불교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계행을 잘 지켜야 합니다. 계를 지킨다는 것은 수행의 기반을 닦는 것과 같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해도 지반이 튼튼해야 하는 것처럼 계를 통하여 마음자세가 가다듬어지지 않으면 수행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수행을 잘했나 못했나를 보려면 우선 계를 잘 지키나 못 지키나를 보면 됩니다. 거창하게 오계, 십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절도가 있고 불교적인 마음 씀씀이가 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잘 닦은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지계의 목적은 심신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일상생활에 절도가 없고 술, 담배에 찌들어 있거나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거나 난잡하게 놀기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수행이라는 말을 꺼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계를 지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야 비로소 수행을 시작할 수 있는 거지요.

계에 의해서 심신이 안정되면 다음에는 정을 추구해야 합니다.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통일된 상태로 고요히 머무는 것을 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수련을 정학定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라는 말은 사마디samādhi를 의역한 것인데, 음사하여 삼마지三摩地 혹은 삼매三昧라고 합니다. 이것을 의역해서 등지等持라고도 하고, 또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어 산란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선정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사마디라고 아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정을 나타내는 말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마히타라는 말도 있고, 사마빠티라는 말도 있으며, 이 밖에도 드히야나가 있으며, 찌타이카그라타라는 말도 있고 또 사마타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모두 정의 성격이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것인데, 너무 전문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불교에서의 삼학 가운데의 정은 사마디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것은 사마디가 가장 포괄적인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것에 요가yoga라는 것이 있습니다. 요가는 불교 이전에 바라문교의 시대에서부터 있었던 명상법입니다. 이 말은 불교에서도 그대로 쓰기도 하는데, 한문으로는 유가瑜伽라고 음사합니다.

 

요가라는 말은 불교에서도 선정이나 삼매라는 말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그 내용은 바라문교의 요가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밀교에서는 특히 이 유가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예를 들면, 삼밀유가三密瑜伽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언어와 신체 행동, 그리고 정신을 동시에 통제하여 삼매에 드는 것을 말합니다.

선정의 형태는 어느 종교에서든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요즘은 명상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만 이것도 선정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종교와 사상에서는 이 명상이 선정의 형태로서 특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도출신의 명상가들 가운데에는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명상의 원조는 인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인도의 선정은 불교보다도 그 기원이 훨씬 오래됩니다. 인도의 선사 시대의 유물 중에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의 신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인도에서는 명상이 발달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도의 기후나 풍토가 덥기 때문에 아무래도 휴식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인생과 우주의 신비 등에 대해 사색하고 명상하는 것이 발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은 고행과 명상을 병행하여 행했기 때문에 이러한 것에 대한 연구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도 앞섰는지도 모릅니다.

 

불교에서도 인도의 이러한 명상 내지는 선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불교 이전에 정식으로 선정이 행해지게 된 것은 대체로 우파니샤드 시대로부터라고 봅니다. 그 때에는 선정을 요가라고도 했고, 후에는 정려靜慮라는 뜻으로 드히야나dhyāna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 말이 나중에 중국에 와서 선나禪那라고 음사가 되었고, 그것을 줄여서 선이라고 일컬어졌던 것입니다.

브라만 시대의 말기, 우파니샤드 시대의 초기에는 인도 사회에 계급제도가 정착되고 바라문들은 4시기라고 해서 학생기, 가장기, 임서기, 유행기 등의 네 시기에 걸친 일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임서기나 유행기 동안에 조용한 곳을 찾아 인생과 우주의 비밀을 탐구하고 신에 대해 명상하면서 선정법을 발전시켰던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탄생하실 무렵에는 신흥 사문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고행과 함께 바라문들의 여러 가지 선정법을 채용하여 더욱 발전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도의 이러한 일반적인 여러 가지 명상이나 선정법을 경험하시고 마침내 독자적인 방법을 개발하셨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종교가나 사상가들과 달리 선정 그 자체에 목적을 두신 것이 아니라 선정을 통하여 우주와 인생의 진리를 통찰할 수 있는 최고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의 선정은 외형적인 모습에서는 인도 일반의 선정법과 유사하지만 그 내용과 실질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선정의 우열은 조용한 상태에 들어 마음을 멈추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정을 통하여 지혜를 개발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나 사상에서의 선정과 불교의 선정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지혜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히 선정을 중시했습니다. 불교의 출가승들은 탁발을 나가거나 설법 하는 이외에는 거의 선정사유를 하였습니다.

 

선정이 정신을 통일하여 무념무상으로 되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불교의 선정은 지혜의 힘을 기르기 위한 것에 중점이 놓여 지기 때문에 그 선정심의 내용에서는 다른 종교나 사상의 그것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