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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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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3-01 15:09 조회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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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장래 희망을 적는 난에 어린 시절은 선생님이라고 썼고, 청소년기에는 교수라고 적어놓고 뿌듯해했었다. 그렇게 설정한 내 목표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이 한결같이 하시던 공부 열심히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씀을 찰떡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 입시를 치르면서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나의 장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대학에 가려던 1976년에는 대학입시 요강에 불구폐질자 입학 불가가 명백히 규정되어 있었다. 장애인을 그 당시는 불구자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규정을 비웃으며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원서를 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한의사가 되겠다는 헛된 꿈을 꿨던 것이다. 깊은 좌절감에 빠져있을 때 어머니가 사 온 입학원서 덕분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합격하여 나는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 불교와의 첫 인연이다.

 

나는 내 꿈을 앗아간 대학에 알 수 없는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20073월 내가 처음으로 대학 강단에서 <방송작가실기론>이란 강의를 한 곳이 다름 아닌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였다. 너무나 의외였다.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학교에서 나를 선택해준 것이 너무너무 고마워서 나는 강의 준비와 학생들과의 소통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모전 작품에 대해 지도를 해주고, 방송작가가 꿈인 학생들에게 방송국 견학, PD와의 대화 등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학생들과 같이 걸어주었다. 그 결과 방송작가가 된 학생도 있고, 신문사 기자가 된 학생도 생겼다.

 

얼마 전 그때 내가 가르쳤던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신춘문예 당선 등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마다 알려주던 그가 나에게 내민 시집 제목이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이다. 제목이 내 머리를 내리쳤다. ‘어머나, 우리는 악마에게 말을 배웠구나.’라는 반성의 방망이였다. 요즘 모든 언론에서 정치인들의 막말이 화근이 되어 서로 공격하며 싸우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되기에 천사에게 말을 배웠다는 시인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그 멋진 시인은 나의 제자 정현우이다

 

- 잘못을 들키면 잘못이 되고,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용서할 수 없는 것들로 나는 흘러갑니다. 검은 물속에서, 검은 나무들에서 검은 얼굴을 하고, 누가 더 슬픔을 오래도록 참을 수 있는지 일몰로 차들이 달려가는 밤, 나는 흐릅니까, 누운 것들로 흘러야 합니까. 이것은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라는 시의 마지막 연인데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 청춘들이 영끌이라고 하여 마치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양 비춰지고 있지만, 우리 청춘들은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 그대로 흘러가는 것을 아파하고 있다. 잘못을 들키면 잘못이 되고 잘못을 들키지 않으면 잘못이 되지 않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슬픔을 내재하고 있기에 이미 세상에 드러난 슬픔은 슬픔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 드러난 슬픔을 해결해달라고 정치인들에게 권한을 준 것인데 그들은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영끌을 하고 있어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시인 집안이 불교라서 시인은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이런 시가 나올 수 있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 한 사람이 찾아와서 한탄하였다. ‘저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고통스럽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부처님은 그 이유를 베풀지 않아서라고 하자 자기는 가진 것이 없어서 베풀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가진 것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설하셨다. 그 일곱 가지는 표정, , 마음, 눈빛, , 양보, 관찰로서 베푸는 것인데 이 가운데 언시(言施)는 말로 베푸는 것으로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양보의 말을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진심 어린 따스한 말 한마디가 물질을 나눠주는 것 못지않게 큰 힘이 된다고 하셨다.

실제로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타세요.’라고 휠체어 장애인에게 양보의 말을 건네면 얼마나 고맙고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말을 배워서 세상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