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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0-31 13:46 조회9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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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학기 수업은 목요일 오전과 저녁 대학원 강의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라서 은근히 온라인 강의를 원했지만 학교 방침은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되어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첫 수업을 하였다. 그렇게 마주한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부끄러웠었다. 줌강의를 할 때는 마치 어떻게 하면 얼굴을 안보여줄지 연구하는 듯이 카메라를 켜지 않거나 얼굴이 안보이는 방향으로 카메라 방향을 돌려놓는 학생들이 많아서 수업할 때 얼굴을 보여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다. 그런 학생들이었건만 오전 9시 수업인데도 미리 교실에 와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내심 놀랐다. 출석을 부르며 학생 한명 한명과 눈빛을 나누다 보니 내 앞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의무감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강의를 진행하였다. 그제야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선생으로서의 열정이 치솟고 있을 무렵 학교에서 공문이 왔다.


 대학 축제로 차량이 통제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축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물가가 치솟아 올라 학생들이 점심 식사비용을 아끼려고 편의점에 가서 깁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이때 축제라니, 지금이 축제를 할 시기인지 동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축제날 학교에 가니 캠퍼스 안 곳곳에 천막이 쳐져있고 젊음이 넘치는 싱싱한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저녁 수업 전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가는데 그날은 학교에 가서 축제 먹거리장터에서 해결하려고 1시간 전에 학교에 도착을 하니 중앙무대에서는 공연을 하고 있었고, 학생회관 외벽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공연장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공연을 보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저녁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축제는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천막 안 간이 식탁 위에는 여지없이 술병과 안주가 놓여있었고,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얘기 반, 웃음 반의 대화로 즐거워했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개최되지 못해서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 목말라 있었던듯하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동안 서로 만나지도 못하게 하였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축제를 시기상조의 낭비라고 했던 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알았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는 함께 있을 때 생기가 나고 서로 뭔가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짧은 시간이지만 축제를 지켜보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면서 때때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유를 만끽하고 사회라는 큰 바다에 나갔을 때 언제라도 자기 먹이는 자기가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삶에 대한 안정권 확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치인들은 그것을 정의니 공정이니 또는 평등이라고 포괄적인 개념을 선언하고 있지만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회적 신뢰이다. 서로 믿어야 함께 할 수 있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서 결국 불신이 생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불신이다.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신뢰, 믿음이 있어야 한다.


 종교는 믿음 없이는 성립이 되지 않기에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데 부처님이 살아계실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생기는 신뢰(삿다)와 불법을 이해하고 실천해서 생기는 환희심으로 법을 가르쳐주신 분에 대한 깨끗한 믿음(빠사다), 그리하여 생기게 되는 확신(아디목카)이 믿음이었다. 우리 사회 구조가 구성원 모두에게 정직하게 작동되고 있다고 신뢰하고, 그것을 운영하는 위정자들이 국민을 위해 깨끗한 정치를 한다는 믿음이 생기면, 자기 삶에 자신감이 생겨서 천천히 한 단계씩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성실한 노력보다는 한탕주의에 자신의 미래를 건다. 그래서 영끌을 해서 집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보고, 가상화폐 같은 실체가 없는 것에 투자를 했다가 재산을 몽땅 날려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이고 특히 주류 사회에 있는 사회지도층이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 점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