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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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새해에는 기다림 실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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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12-27 11:22 조회9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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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을 냄비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빨리 끓는 장점을 이용하여 세계가 놀라워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성장보다는 안정에 두어야 한다. 목표를 계속 상승시키다 보면 방향을 잃을 수도 있고, 지나친 경쟁 구도로 인간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에서 성적이 부진하면 바로 감독을 경질한다. 어디 스포츠뿐이랴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곧바로 공격을 가한다. 나무에 이제 막 오르고 있는데 마구 흔들어서 떨어트려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자기편 사람을 내세워 다시 나무에 오르게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상대편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끌어내리기를 시도한다. 이렇게 서로 흔들어대기 때문에 결국 아무도 나무에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다.

 이것은 우리 모두를 파멸로 몰아간다. 이런 소모전을 하다보면 그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 ‘자기가 못먹는 감은 남도 못먹게 찔러나본다.’는 말처럼 이런 행태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인도의 간디는 기차를 타고 보니 신발 한 짝이 벗겨져나간 것을 알고, 나머지 한 짝 신발을 벗어 기차 창밖으로 던졌다고 한다. 간디의 그런 행동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은 동승인이 그 이유를 묻자 간디는 이렇게 대답했다.

 “신발 한 짝을 누군가가 주웠다면 다른 한 짝의 신발도 필요하지 않겠나.”

 신발을 주운 사람이 그 신발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당시 인도는 신발을 구입하여 신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간디는 신발을 잃어버린 것을 오히려 어려운 사람이 신발을 주워 신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던 것이다.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면 남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현대인의 이기주의와 비교하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간디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때까지는 그 누구도 완전히 행복해질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길 수 있었던 듯하다.


 불교도 기다림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석가족의 태자가 출가를 했을 때 사람들은 태자가 곧 왕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궁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던 태자가 출가자 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은 신하를 보내 태자가 돌아오도록 회유하였다. 결국 싯다르타 태자는 깊은 산속으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 후 사람들은 태자가 단시간에 수행을 마치고 사문이 되어 사람들 앞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1년, 2년, 3년이 지나자 싯다르타는 사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태자와 함께 수행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를 떠났다. 태자가 고행을 마칠 때까지 6년 동안 기다려준 사람은 교진여 등 다섯 비구에 불과하였다는 기록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싯다르타는 태자가 아닌 깨달은 석가족이란 뜻의 석가모니가 될 수 있었다. 석가모니의 첫 설교를 들은 사람은 바로 다섯 비구였다. 싯다르타도 고행 속에서 깨달음에 도달할 때까지 인내하였기에 부처님이 되었고, 다섯 비구도 기다려주었기에 불교의 진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위대한 역사는 인내하며 기다려야 형성될 수 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가짜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역사, 2023년의 역사에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새해는 기다려주는 일부터 시작하자. 지금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 그럴 줄 알았어.’ 라며 비난하며 내몰지 말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기다림이 미덕이다. 재촉하고 비난하면 포기하게 된다. 2023년은 기다림으로 열매를 맺고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발전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